[광화문]386식 개혁론의 함정

[광화문]386식 개혁론의 함정

김영권 부장
2003.01.20 12:35

정오쯤>광화문>386식 개혁론의 함정

 노무현 캠프의 승리는 386세대와 N세대가 이끌었다. 코드가 다른 두 세대가 노 후보를 지지했으니 단일지지층인 이회창 후보가 밀릴 수밖에 없었다. 386세대와 N세대가 한목소리를 낸 것은 지금 생각해도 절묘하다. 이념지향적인 386세대와 감각지향적인 N세대는 쉽게 어울리는 색깔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걸 하나로 모은 게 능력이었고,승리의 비결이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앞으로도 난해한 궁합을 잘 맞춰야 국정운영에 성공할 수 하는 있을 것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궁합을 맞추지 못해 삐걱거리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집결한 노무현 사단은 그들에게 승리를 안겨준 `듀얼 코드'를 제대로 소화해 내지 못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386세대의 한계이기도 하다. 그들은 대립을 해소하는 21세기형 코드인`듀얼'과 `퓨전'에 서툴다. 그래서 노 당선자도 틈만 나면 토론을 강조하는 것같다.

386세대의 주무대인 1980년대에는 개혁과 보수 진영이 아주 단순 명료했다. 개혁은 민주화를 의미했고,보수는 반민주 독재를 의미했다. 개혁의 이념은 사회주의였고, 보수의 이념은 자본주의와 시장중심주의였다. 노동자와 농민들은 개혁의 주체인 민중이었고 기업가들은 그 반대 편에 있는 보수의 주체였다.

 하지만 개혁의 대상과 내용은 수시로 변한다. 과거에 개혁이던 것이 지금은 보수가 될 수 있다. 개혁을 이룬 다음에 또 변하지 않으면 보수가 된다. 반대로 과거에는 보수의 상징이던 것이 지금은 개혁의 상징이 될 수도 있다. 소련을 무너뜨린 고르바쵸프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에서는 사회주의를 고수하는 게 보수였고 개방과 경쟁의 자본주의를 받아들이는 게 개혁이었다.

우리는 질풍노도와 같은 혁명의 열기를 내뿜던 공산주의가 보수가 돼 버린 기막힌 역사의 반전을 목격했다. 이와 함께 개혁진영은 분화됐고,개혁과 보수를 가르던 단일 전선은 무너졌다. 과격하면서도 고리타분한 386세대의 이분법적 개혁사고,이것이 인수위가 경계해야 할 점이다.

 이제는 노동운동도 자기 이익만 챙기려는 집단이기주의에 빠지면 보수가 된다. 노 당선자의 공약인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은 386세대의 시각에서 보면 개혁이지만 N세대가 보기에는 보수일 수 있다. 다양성을 무시하는 획일적인 임금제도는 개혁 대상이기 때문이다. 농민 부채를 주기적으로 탕감해주면서 농촌에 돈을 살포하는 것도 결코 개혁이 아니다. 재벌들의 구조조정본부를 폐지하는 것은 개혁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을 무시한 정책을 밀어부치려는 것은 흑백론에 익숙한 386세대가 쉽게 빠지는 함정이다. 구조조정본부를 없애려면 말이 아니라 현실에서 제대로 먹히는 정교한 정책이 필요하다.

 개혁은 꼭 해야 한다. 지금도 개혁할 곳이 수두룩하다. 그렇지만 386세대의 눈높이에서 단순논리로 개혁을 이해하고,개혁과제를 정해 개혁의 칼을 휘둘러선 곤란하다. 그러면 노 후보를 꺼린 보수층 뿐만 아니라 노 후보를 밀어준 N세대도 그에게서 멀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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