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노키아와 국민은행
핀란드하면 떠오르는 건 노키아일 것이다. 노키아가 세계적 브랜드가 되기 전 핀란드의 상징은 호수와 산타크로스와 사우나, 그리고 백야 정도였다. 관광 말고는 국제시장에 내세울 만한 것이 없던 변방의 핀란드가 국제적 초일류 기업을 보유하게 됐고 핀란드인들은 글로벌 기업의 탄생에 대단한 자긍심을 느끼고 있다.
95년 미국무성 인포메이션 하이웨이 프로젝트로 노키아를 방문했을 때 홍보담당자가 한 말이 기억난다. 그는 국민 기업 노키아와 함께 핀란드인이 자랑스러워 하는 것은 메리타은행이라고 말했다. 아직 노키아 만큼 국제적 지명도를 얻고 있지는 못하지만 구주 금융계에서는 노키아에 버금가는 성공신화로 꼽히고 있고 노키아 성공은 메리타은행과 메리타로 대표되는 핀란드식 금융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설명이었다.
메리타는 핀란드 유일의 은행이다. 90년대초만해도 시중은행이 33개나 되었으나 92년의 경제위기와 구조정을 거쳐 95년 1개의 거대은행으로 통합됐다. 은행원의 30%가 해직되고 83억달러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이런 희생을 토대로 메리타은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금융기업으로 부상했다.
핀란드 은행 서비스는 세계에서 가장 좋고 은행 규제는 가장 덜하며 금융의 산업자본 공급, 금융기관 투명성에서도 세계 1등이다.(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 IMD 2002연차보고서). 금융분야 종합 순위는 미국 등보다 뒤지고 영국보다 앞선 세계 4위에 랭크됐다(한국은 29위). 구조조정 전인 90년대 초만해도 핀란드는 지금의 우리와 비슷한 20위 후반 였다.
삼성전자는 노키아 보다 좋으면 좋았지 결코 못하지 않다. 현대차도 국제적 우량기업으로 우뚝 섰다. 그러나 금융기관은? 신한금융지주가 동북아 최고 은행을 선언하고 국민은행이 `세계금융의 별'이 되겠노라 하지만 국제시장에서는 아직 쳐다보지도 않는다. 삼성증권 LG증권 삼성생명이 질경영을하고 규모를 키우고 있지만 도투리 키재기 꼴이다.
금융을 둘러싼 환경은 더 열악하다. 그 많은 경제학 경영학 교수 중 은행업 전공자는 손을 꼽을 정도다. 은행과 증권사는 RM이니 LF이니 인력 양성에 각기 매년 수백억원씩을 쏟아붓고 있지만 투자은행 분야의 전문인력 부족에 애태우고 있다. 그러나 공고 상고 농고는 있지만 금융고는 물론 금융전문대학이 없을 뿐더러 필요성에 대한 논의조차 없다. 대학에 은행학과 증권학과는 없다. 뜻있는 사람들이 10만 금융인재 양성론을 주장하지만 실력자들은 귀담아 듣지 않는다.
머니투데이는 이런 무관심과 몰이해를 깨고 금융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전략과 전술을 마련하기 위해 연중 기획 캠페인을 시작했다. 은행연합회나 서울포럼 등 민간단체들도 금융의 선진화을 위한 심포지엄을 개최하는등 안간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금융인프라 구축에 가장 앞장서야할 정부는 금융 허브론을 놓고 재경부와 인수위가 다른 목소리를 내며 삐거덕거려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제조의 시대는 가고 금융의 시대가 오고 있다. 30년전 상품 수출로 나라 틀을 만들었다면 이제 금융과 서비스 수출로 나라를 살지울 때다. 금융강국 건설은 하루아침에 되는게 아니다. 핀란드 사례에서 보듯 최소 10 년 이상의 대역사다. 금융기업 정부 언론 민간기구 모두 지혜를 짜내고 힘을 합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