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광화문] 투자와 수익의 상관도
주주 중심 경영을 얘기할 때 통상 `주주 이익 극대화'를 떠올린다. 기업에 투자한 주주는 그 회사의 주인이다. 따라서 주주의 이익을 가장 크게 해주는 경영자가 최고의 경영자라는 말과도 통한다.
이 말에는 기업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깔고 있다. 치열한 경쟁에서 상대 기업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면 기업의 순익도 줄어들게 되고 따라서 주주에게 돌아가는 이익도 그만큼 감소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차세대 기술과 제품을 만드는데 소홀해서는 안된다. 당장 한해 회계연도에만 반짝하고 주주에게 모든 이익을 배분하고 나서 다음 연도를 대비하지 못하는 기업은 그래서 우량 기업에 들어갈 수 없다. 차세대 기술과 제품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투자가 따라야 한다. 투자하지 않고 더 큰 생산성과 수익을 기대하기는 불가능하다.
결국 주주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주주들에게 이익을 많이 분배해줘야 하는데 투자를 늘리다 보면 분배할 잉여이익이 적어지는 이율배반의 논리가 나타나게 된다. 이럴 때 최고경영자가 어떤 쪽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은 모순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경영의 기본 전제가 기업의 영속성(going concern)에 바탕을 두고 있는 만큼 최고경영자는 투자를 통한 경쟁력 확보를 우선시할 수밖에 없게 된다.
문제는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설비를 늘리고 연구개발(R&D)을 강화할 때 시장의 단기 투자자들은 냉소적 태도를 취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기업의 주가는 떨어지고 이에 대한 책임은 경영자에게 돌아온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경영자라도 이런 사태에는 대비할 묘수를 찾지 못한다. 결국 제대로 된 경영 마인드를 갖춘 경영인이 단기 투자자들의 `투기의 함정'에 빠져 좌초하는 경우가 최근 우리 주변에서 숱하게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이런 투자자들에 부응하기 위해 기업의 장기적인 전략은 제껴두고 단기적인 주가 부양에만 나서는 `소신없는 샐러리 경영자'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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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를 통신업계로 돌려보자.
통신업계는 기존의 타 산업군과 달리 제품이나 개발기술의 라이프 사이클이 엄청나게 짧아 1~2년마다 완전히 새로운 기술개발에 투자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그만큼 기술의 진화 속도가 빠르다는 얘기다.
현재의 2세대 기술은 지난 10여년간 잘 활용해왔다. 그러나 3세대 통신서비스 시작이 목전에 다가왔고 조만간 3~4년 후면 4세대 서비스가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진화하는 기술의 속도를 따라잡기도 어렵지만 이를 상용화해서 경쟁력있는 상품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하는 것은 실제 통신 현장에 있어보지 않은 이는 알 수가 없을 것이다.
더욱이 정부가 내년부터 번호이동성과 3세대 이동통신 단말기에 보조금 지급을 허용키로 결정해 기존의 2세대 이동통신은 자취를 감추고 3세대 통신(IMT-2000)이 올 중반부터 상용서비스에 들어간다. 기존의 통신에서 사용하던 네트워크와 다르고 단말기도 달라지는 상황에서 천문학적인 투자가 필요해진 셈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SK텔레콤이 1위 이동통신 업체로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의 올해 투자액수를 발표했다가 시장의 냉소적인 반응에 혼쭐이 났다.
물론 기업의 내재 가치보다 신뢰성이나 미래경영의 불확실성이 평가받은 면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단기적인 시장 반응에 매달려야 할지, 아니면 기업의 생존경쟁 차원에서 풀어야 할지를 결정하는 `위기의 순간'에 SK텔레콤 경영진은 `다소 무리한' 것처럼 보이는 결정을 내렸다.
아예 표준도 애매하고 투자효과도 모호한 2.5세대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과감하게 3세대에 투자한다고 했다면 선도하는 기업의 이미지를 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어쨋든 이같은 결정이 투자자들로부터 `현명한 판단'이었다고 평가받기까지는 아마도 꽤 오랜 시일이 지난 뒤에야 가능할 것이다.
주주의 `단기 이익'보다 앞서는게 기업의 생존과 경쟁력 강화라는 사실을 되새겨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