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기환 LG투신운용 사장
신뢰라는 것은 어떻게 생기게 되는 걸까. 물론 그 기준이야 여러가지겠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한결같음'에 의미를 두는 경우가 많다. 변치 않고 언제나 그 곳에 있으면서, 필요한 것을 해 주는 이들은 정말 믿음직스럽다.
"한번 돈이 들어오면 오랫동안 머물수 있는 펀드를 많이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투신사 최고경영자로서 박기환(52) LG투자신탁운용 사장의 포부다. 온후한 그의 풍모와 잘 어울리는 생각이다. 그에겐 오래된 친구처럼 친근하고 든든한 이미지가 함뿍 뭍어 있다. 그가 경영하는 회사라면, 그 회사도 그의 색깔을 닮아 갈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가 꼽는 LG투신의 강점은 자산이 깨끗하고, 금융감독원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컴플라이언스(법규준수 및 감시)가 철저하다는 점이다.
# 투신사의 최고 덕목은 '신뢰'..무리해선 절대 안돼
"매년 LG투신이 운용하는 펀드 숫자의 70%를 수익률 상위 30% 펀드안에 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투신사의 최고 덕목을 묻는 질문에 박 사장은 서슴없이 '신뢰'라고 대답했다. 남의 돈을 맡아 관리하는 만큼, 돈을 맡기는 사람이 믿을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펀드를 운용하는 데 있어 절대 무리수를 둬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무슨 일이든지 무리하다 보면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란다.
수익률 1위를 차지하려다 생긴 부작용 때문에 자칫 맡긴 돈에 상처라도 나는 것은 절대 안된다는 소신이다. 그는 신뢰를 쌓기는 어렵지만, 그 신뢰가 깨지는 것은 한순간이라고 강조했다. 펀드 운용 뿐 아니라 경영실적에 있어서도 그의 생각은 마찬가지다.
"단기간에 무리하게 업계 1위를 차지하겠다고 덤빌 생각은 없습니다."
LG투신은 수탁고 기준으로 업계 7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투신 대한투신 등 기존 투신사 5개를 제외하면, 신설 투신사 중에선 국민은행의 자회사인 국민투신운용에 이어 두번째다. LG그룹의 위상을 감안하면 성에 차지 않는 위치다.
물론 그도 LG투신의 대형화를 지향하고 있다. 다만 서두르지 않겠다는 것 뿐이다. 빠르진 않지만 단단하게, 질적인 요소도 고려하면서 가겠다는 의지다. 그의 단단한 추진력은 실제 성과에서도 나타난다. 7조원대에 머물던 수탁고는 그가 취임한지 채 1년도 안된 현재 9조원대로까지 늘어나 있다.
# 장기투자 유도 위해선 배당관련 세제 개선 필요
우리나라 투자자들의 성향이 너무 단기적이라는 점은 오랫동안 지적되어 온 문제다. 간접투자시장도 마찬가지. 박 사장은 장기투자를 유인하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이자를 지급한 부분에 대해선 법인세에서 공제를 받지만, 배당으로 지급한 부분에 대해선 혜택이 없습니다." 이런 조세정책이 기업의 배당을 활성화하는데 장애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배당세를 없애든지, 배당을 기업의 손비로 인정해 주든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자 출신으로 파생상품의 전문가다. 서울대학교 석사를 거쳐 미국 브라운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이후 미국 클리브랜드 주립대학에서 교수생활을 했다. 92년 전공을 살려 국내에 선물을 도입하며 LG선물의 최고경영자로 변신, 10년간 재직했다. 한국선물협회 협회장도 역임했다.
LG투신은 그의 두번째 변신이다. 그런 그가 장기투자에 적합하다고 적극 추천하는 상품은 바로 상장지수펀드(ETF)다. "ETF는 운용이 투명하며 거래비용도 적고, 펀드매니저가 바뀌더라도 운용의 연속성에 변함이 없습니다."
투신업계에서 그는 이론과 실무를 모두 겸비한 몇 안되는 최고 경영자 중 하나로 꼽힌다. 그를 통해 믿고 맡길수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 펀드가 탄생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