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자존심을 지키며 살자
자존심을 지키며 살자/이수영 마이클럽 사장
한창 앞만 보고 뛰어갈 때에는 목적을 위해 내가 못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라고 생각했다. 안먹고 안자고 양보하고 집중하고 불편함을 자초해도 자신만의 목표가 보이기 때문이었다. 아마 성공을 위해 뛰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런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그리고 그 중에는 “못할 일도 없다”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람도 간혹 있을 것이다.
그 극단적인 선택에는 항상 가혹한 결과가 부메랑처럼 매달려 오더라도 말이다. 요즘 해외에서 유랑하던 큰 소문의 주인공들이 복귀를 한다는 말이 들린다. 그 주인공들은 한때 내가 선망하던 지점에 서 있던 사람이기도 했으며 그들의 외유 또한 나 스스로에게 피해야 할 교훈으로 다가왔던 사람들이다.
앞만 보고 달리던 나에게 벤처의 비리나 코스닥의 비리들은 나와는 상관없는 딴 세상 얘기처럼, 피할 수 있는 함정쯤으로 여겨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습기도 하다. 코스닥을 목표로 정신없이 뛰면서 그런 함정들을 쉽게 피해갈 수 있다고 자만했다니!
벤처와 코스닥은 과연 어떤 역학적 관계를 구성하고 있기에 도달 해야 할 목적지 이면서도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일까?
벤처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열정, 기술, 젊음, 도전 등 좋은 단어는 다 떠오른다. 그래서 벤처란 아름다운 도전으로 미래의 경제를 이끄는 원동력으로 젊은이들에게 다가온다. 자신의 아이디어나 기술에 대해 투자를 끌어 내야 하기 때문에 항상 발표(PT)의 마지막 부분에는 코스닥에 등록예정일정이 첨부된다. 상상해보라. 패기에 넘치는 벤처인과 그 패기와 기술을 믿고 투자하는 투자가들. 성공할 확률 만분의 일의 도전을 이루어낸 벤처인과 투자가들 모두 기뻐하는 모습을! 그러나 실상 코스닥 입성 그 순간에 벤처인과 투자가가 정말 같이 웃을 수 있을까?
같이 웃더라도 웃은 이유는 분명히 틀릴 것이다. 벤처인은 자신의 신념과 사업이 성공궤도에 들어섰다는 기쁨의 웃음이고 투자가들은 여기서 발을 뺄 수 있다는 의미의 웃음이다.
벤처인에게 코스닥은 거쳐갈 과정이지 최종 목적지는 아니다. 즉 투자가 필요해서 투자를 받았기 때문에 코스닥 등록을 하는 것이지 실상 벤처인이 추구하는 것은 회사와 사업, 그리고 그것들이 만들어 내는 유.무형의 가치이지 코스닥 등록 그 자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코스닥 입성이 벤처의 종착역이 아니다. 여전히 벤처 회사는 성공하고 궤도에 올라섰다 하더라도 초기의 열정과 도전이 살아 있어야 한다.
요즘 강조하는 투명성이 회사의 독특한 경쟁력마저 앗아가서 무색무취의 껍데기만 남아있다면 그것은 투명성의 잣대를 잘못들이민 것이다. 문제가 터지면 메꾸는 식의 제도가 코스닥 심의기준을 수시로 바꾸게한다. 당연히 벤처인과 투자가의 갈등도 바뀌는 법 만큼이나 증폭되는 것이다. 이때 코스닥의 역할은 무엇인가? 시장의 자본을 모아 자신들이 심사해서 인정한 회사에 투자하게끔 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회사가 여전히 열정과 도전이 살아있는 벤처이길 원하는가?
성공한 회사로 커오는 과정은 벤처인 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듯 고난의 연속이고 산 넘어 산이다. 대부분 이 과정에서 무너지고 만다. 다행히 이 과정을 거쳐 살아남은 회사도 대게 상처를 하나 둘씩 가지고 있게 된다. 그러나 그 상처는 회사에 치명적이지 않는 이상은 그리고 살아남을 정도로 경쟁력을 갖춘 회사라면 회사의 미래를 향해 하던 것을 중단하지 말고 나아가야 한다. 그들이 이룰 것은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벤처인의 발목을 잡는 것이 자신의 눈앞의 이익에 급급한 자존심을 던져버린 투자가 여서도 안되고 코스닥 이라는 배만 갈아탄 또 다른 모습의 투자가 여서도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