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강진영 오브제 사장

[인터뷰]강진영 오브제 사장

박창욱 기자
2003.03.20 12:32

[인터뷰]강진영 오브제 사장

 

`우리는 그들의 패션을 배우지만, 그들은 우리의 자동차를 탑니다.' 한 자동차 회사의 광고 문구다. 패션은 한 수 접지만, 자동차는 우리가 더 잘 만들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한 10여년 후, 그 카피는 이렇게 바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그들의 영화를 즐기지만, 영화속의 그들은 우리의 패션을 즐깁니다.'

 

강진영(40) 오브제 사장을 만난 뒤 해본 상상이다. 하지만 그 상상이 단지 상상으로만 끝나지 않을 것 같다. 그는 이미 거대 패션시장 뉴욕의 중심에 한 발짝 다가갔다. 그는 올초 동갑내기 부인 윤한희씨와 함께 미국의 '패션그룹 인터내셔널(FGI)'이 주최한 '떠오르는 스타상' 시상식에서 여성복 부문 베스트 디자이너상을 받았다. (그의 부인 역시 디자이너이며, 패션업체 오즈세컨의 대표다.)

 

7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FGI가 미국 패션계의 총아들을 모두 제쳐 두고 디자이너 강진영과 윤한희를 선택하면서, 그들의 새로운 브랜드 'Y&Kei'는 주목받기 시작했다. 헐리우드 스타들 중에서도 'Y&Kei'의 단골이 생겨날 정도다. 가격면에서 'Y&Kei'는 아무나 사 입을수 있는 수준의 옷이 아니다. 역사와 전통은 몰라도, 적어도 가격면에서는 이미 명품의 반열에 근접해 있다.

 

현지 정서를 고려해라

97년 강 사장은 캐릭터 브랜드 '오브제(Obzee)'를 통해 국내 패션산업에 돌풍을 일으켰다. 이제 오브제는 국내 패션시장에서 '오브제룩(Obzee Look)'이란 낭만주의적 패션사조를 형성하고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그는 뉴욕 진출에 있어, 이미 성공한 경험이 있는 브랜드 '오브제'를 가지고 가지 않았다.

 

"우리나라와 뉴욕은 패션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다릅니다. 패션은 철저히 현지 사람들의 정서에 맞춰야 성공할 수 있지요."

 

섬세한 옷이 인기를 끄는 뉴욕의 트렌드를 감안하면서도, 실용적인 옷을 좋아하는 뉴욕패션의 전통적 분위기를 철저히 고려했다. 그러면서도 옷에 독창성을 부여하려고 노력했다. 새로운 브랜드 'Y&Kei'는 이런 처절한 고민끝에 탄생했다. 단순한 1차 섬유산업 차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국내 패션산업에서 탈피해, 새로운 패션세계를 창조하고 이를 고부가가치의 산업으로 연결시키는 중심축에 서 있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한국인에겐 아름다움에 대한 정서, 그리고 뛰어난 손재주가 있습니다. 몇 날 밤이라도 새는 열정이 있습니다. 세계적인 명품을 만들어내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패션쇼

"패션 본 고장에 진출하는 데는 많은 자본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패션에 대한 개성과 아이디어입니다."

 

보통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패션쇼란, 대개 디자이너 개인의 홍보나 광고의 수단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 패션쇼를 통해 유명 유통업체나 백화점의 바이어들이 구매활동이 활발히 이뤄진다. 패션쇼를 통해 디자이너의 개성과 그 패션 세계를 사가는 셈이다. 본 고장의 패션산업은 패션쇼를 통한 유통체계가 체계화되고 잘 조직되어 있다는 게 강 사장의 설명이다.

 

강 사장은 지난해 9월에 이어, 올 2월에도 뉴욕에서 패션쇼를 열었다. 폭발적인 호응이었다. 미국 굴지의 백화점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상을 탄 이후, 현지의 반응이 확실히 달라졌어요. 300억원대 중반의 오브제 매출액(2001년 기준, 순익은 53억원)에 비해 아직까지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조만간 저의 패션쇼를 우리 패션산업을 수출하는 주요 통로로 만들겁니다."

 

디자이너 vs. CEO

 

강 사장은 오브제의 총괄 디자이너이자 최고경영자(CEO)다. 좀 바보스러운 질문을 해봤다. 디자이너가 어려운지, 아니면 CEO 역할이 어려운지 말이다. "솔직히 전 디자인에 대한 열정과 아이디어를 주체할 수 없습니다. 아직 오브제가 도약하는 단계(지난해 6월 코스닥에 등록했다)이기 때문에 CEO를 맡고 있을 뿐이지만, 때가 되면 전문경영인을 영입할 생각입니다."

 

디자인에 대한 남다른 그의 열정은 경영에서도 잘 나타난다. 오브제는 지상 8층의 자체 사옥을 갖고 있다. 이 건물을 통째로 다 쓴다. 몇 층을 빌려줘서 임대수입을 올릴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디자인이란 창조하는 작업입니다. 직원의 절반인 디자이너들이 넓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어야 늘 새로움을 만들어 낼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오브제의 경쟁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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