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장시영 아이투신 사장

[인터뷰]장시영 아이투신 사장

박창욱 기자
2003.03.25 12:10

[인터뷰]장시영 아이투신 사장

경험은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이 물음에 대해 프랑스의 소설가 카뮈는 이렇게 답했다. '경험이 쌓이면 유식해지는 것이 아니라 노련해진다.'

 

장시영(50) 아이투신운용 사장은 만 8년째 투신사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96년 투신협회가 생길 당시, 투신사 사장이었던 이들 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현역이다. 당연히 투신사 사장중 업계 최고참이다. (두번 회사를 옮겼고, 아이투신은 그가 맡은 세번째 투신사다)

 

아이투신은 지난해 100%의 이상의 수탁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1조원 이상 투신사중 최고의 증가율이다. 비결을 물어봤다. 뭔가 대단한 게 나올거라 기대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너무 시시(?)했다.

 

"못 지킬 약속을 하지 않았던 덕분인 것 같습니다."

 

아이투신에는 지난해 펀드평가회사의 수익률 조사에서 1등을 차지한 펀드가 하나도 없다. 튀는 마케팅 전략도, 특별한 기획상품도 없다. 하지만 지난해 아이투신의 모든 채권형펀드가 처음 제시한 수익률을 다 맞춰 냈단다.

지킬수 있는 약속만을 하고, 그 약속은 반드시 지키려고 했다는 장 사장의 설명이다. 이런 평범하기 그지 없는 운용철학만으로 고객들이 돈을 맡겼다는 얘기가 쉽게 공감하기 힘들었다. 그의 설명이 이어졌다.

 

"누구나 알다시피 투신업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신뢰'를 받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잘 벌어 주겠다고 큰 소리를 쳐놓고도 손해를 안긴 적이 있기때문이죠. 자산운용은 잘 하는 것보단, 잘못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오랜 투신사 최고경영자(CEO) 생활을 통해, 투신사를 믿지 못하는 고객들의 마음을 읽어내고 있었다. 작은 약속을 지켜, 빠른 시장변화에 지친 고객들의 마음을 달래줬다. 업계 현실을 오랫동안 겪어 봤던 경험이 가져다 준 노련함이다.

그렇다고 장 사장이 전문지식 없이 경험으로만 살아온 CEO는 아니다. 미국에서 경제학박사를 취득했고, 한국은행과 한화경제연구원에서 10여년이 넘는 연구활동을 했다. 이론적 기반에 더해 경험까지 겸비한 셈이다. 특별한 투자 노하우가 있으면 소개시켜 달라는 부탁에 그는 손사래를 내 저었다.

 

"우리 시장은 변화가 너무 심해, 저로서도 따라가기가 아주 벅찹니다. 그래서 저도 매일 열심히 공부하고 있지요." 뭔가 한마디 나올 법도 했지만, 그는 겸손함을 유지했다. 그 대신 투신사 경영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려줬다.

 

"강한 조직이란 좋은 의사결정을 내놓는 조직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의사결정이 잘못됐을 때 이를 빨리 고칠줄 아는 조직이 진정으로 강한 조직입니다."

장 사장이 경영에 있어 제일의 가치로 꼽는 것은 바로 '유연함'이다. 운용전략이든 경영전략이든 너무 세부적인 것은 좋지 않다는 주장이다. 유연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커뮤니케이션이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아이투신에서 실질적인 임원은 장 사장 하나뿐이다. (물론 사외이사가 경영에 대한 감시는 하고 있다.) 투자전략회의도 그가 직접 주재한다. 일주일에 한번은 전직원이 모여 회의를 한다.

"시장흐름을 겸손하게 인정하되, 생각은 딱 반발짝만 앞서가면 됩니다." 아직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는 장 사장의 주식시장 대처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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