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카드부실 금감위 면책?

[기자수첩]카드부실 금감위 면책?

배성민 기자
2003.04.09 15:37

[기자수첩]카드부실 금감위 면책?

 대통령 업무보고는 공무원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서릿발 같은 질책이 있을 수도 있지만 대통령에게 자신들의 주요 정책을 직접 알릴 기회는 자주 오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지난 7일 업무보고에서 `달콤한 과실'을 얻었다. 지난해 말부터 발목을 잡았던 신용카드 부실 책임론에 대한 대통령의 면책성 발언에 한껏 고무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과거 규제개혁위원회가 카드사의 길거리 회원모집을 금지하도록 한 금감위의 조치를 불허한 것은 비합리적이므로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카드채로 인한 금융시장 혼란에 대해 정부는 카드사의 부실영업과 시장의 과민반응을 근본 원인으로 꼽았다. 이제 여기에 한가지를 더한다면 규개위의 카드규제 반대가 들어가게 됐다. 와중에 내수 부양과 세원확보를 명목으로 공격적인 카드 권장책을 폈던 재정경제부 등 경제팀과 카드사들의 무분별한 영업에 적절히 대응할 시기를 놓쳤던 감독당국의 실책은 덮혀버렸다.

 금감위는 이날 규개위가 2001년 7월 가두모집 금지와 관련된 규정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에 무분별한 영업을 규제할 수 없었고 그 결과 부실이 커졌다는 내용의 보고를 했다. 대통령의 동의로 보고는 100% 성과를 달성했다.

하지만 금감위는 쟁점과제로 분류한 '금융규제 합리화' 부문에선 규개위가 금감위를 규제개혁실적이 우수한 부서로 평가했다고 보고했다. 규개위에 의해 높게 평가받은 금감위는 규개위 때문에 정책이 실패했다고 주장한 셈이다.

 규개위는 행정규제기본법에 바탕을 둔 법적 기구로 `딴죽걸기'는 그들의 본래 업무다. 이들이 잘못 판단했다면 금감위는 이들을 설득하고 이해시켜야 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정치적으로 인기없는 정책이라도 '전문가간의 협의를 충분히 거쳐' 결정했으면 책임을 묻지 않겠다" 는 말을 덧붙였다. 금감위는 과실의 단 맛에 취해 은근슬쩍 면피하면서 알맹이를 놓쳐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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