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종현 누리솔루션 사장

[인터뷰]김종현 누리솔루션 사장

박창욱 기자
2003.04.24 12:40

[인터뷰]김종현 누리솔루션 사장

 

'한국적'이라는 말이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우리나라에서만 쓰이는 말이다. 이 한국적이란 말에는 이중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때론 세계적인 흐름을 거부하는 국수주의적 속내에 따라 쓰이기도 한다. '한국적인 특수 상황', '한국적 관행' 등.

 

또 어떤 때엔 무조건 외국것만을 좋아하는 사대주의적 발상을 경계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말이기도 하다. 단, 여기에는 한가지 단서가 따른다. 단순한 애국심만이 아니어야 한다는 전제다. 한국적 상황에 걸맞는 효율성이 따라와야만 한다. 김종현(45) 누리솔루션 사장의 생각이 바로 그렇다.

 

#한국적 금융솔루션

 

"물론 고등수학을 기본으로 하는 금융공학 관점의 위험관리솔루션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금융문화나 법규정에 따라 좌우되는 여신관리업무의 솔루션은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것이어야 해요."

 

누리솔루션은 여신종합관리시스템(CMS) 전문업체다. 이른바 '한국적 금융솔루션'으로 시장의 인정을 받고 있다. 김 사장이 말하는 '한국적'이라는 단어는 바로 비용절감과 업무 능률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솔루션은 업무를 '자동화'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자동화도 중요하지만, 회사내 부서간 약속이나 주어진 규정에 따라 업무가 일관되게 흘러가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지요."

 

그래서 김 사장은 무조건 외국산 솔루션을 도입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우리 문화에 맞지도 않는, 큰 쓰임새가 없는 부분의 자동화에 비용을 쏟아부을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특히 외국 금융사에서는 여신이 업무담당자의 신용심사 역량에 달려 있는 경우가 많아, 세계적 솔루션업체일지라도 좋은 여신관리 패키지가 별로 없어요." 누리솔루션은 작은 덩치에 맞게, 한 분야에 특화된 기술로 승부했다. 흔히 말하는 틈새전략이다.

누리솔루션은 단순한 시스템통합(SI) 업체가 아니다. 단순한 전산 구현이 아닌, 금융기관의 업무사정을 훤히 아는 컨설팅이 결합된 실력을 보여줬다. 산업은행 국민은행 신한은행 조흥은행 한미은행 제일은행 농협중앙회 외환은행. 누리솔루션의 실력을 자신들의 업무에 적용한 은행들이다.

 

#안 겪어본 은행업무 없어

 

열심히 일해 작은집에서 큰집으로 옮겨 갈 때 기쁨은 아는 사람만이 안다. 지난 18일 누리솔루션은 사무실을 옮겼다. 마포의 변두리 상수동에서 금융의 중심 여의도로. 15명에서 출발한 인원이 50명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조금 형편이 폈죠." 무심한 말투에서 커가는 사업에 대한 기쁨이 묻어 나왔다.

17년. 사업하기 전 김 사장이 은행원이었던 기간이다. "사업하면 망하는 전직 중에 손꼽히는 것이 은행원이라면서요. 그래도 안 망하고 자리잡았느니 다행이네요."(웃음)

 

지난해 누리솔루션의 매출액은 45억원, 올해 매출 목표는 80억원으로 잡았다. 2000년 설립해 이듬해인 2001년부터 흑자를 냈다. 지난해도 역시 흑자였다.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은행 출신이라 좀 보수적인 스타일이에요. 무리한 저가 수주에는 눈을 돌리지 않았지요."

 

김 사장은 장기신용은행 출신이다. 국민은행과 합병되면서 독립해 나왔다. 그는 장은에 있으면서 그야말로 접해보지 않은 은행업무가 없었다. "장은이 처음엔 기업금융 중심이어서, 전산 인프라가 약했습니다. 차차 업무 영역이 늘면서, 해야할 일이 크게 늘어나게 됐죠."

 

노련한 그의 실력은 은행업무 현장에서 다져졌다. "대리 시절, 신탁업무 솔루션을 개발하라는 과제가 주어졌지요. 주어진 인력은 단 3명뿐. 모두 경험이 없어 사실상 혼자서 주도해 나가야 했어요."

 

꼼꼼하면서도 저돌적으로 일을 진행해 나갔다. 그는 주식 채권 회계 일반대출 관리 등 모든 신탁업무를 공부해가면서, 3개월만에 시스템을 개발해 냈다. 열악한 여건하에서 분투였다. "그 때 노력한 부분들이 사업을 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금융기관 수준향상의 작은 밑거름 되고 싶어

 

시장 침체로 퇴색됐지만, 그래도 코스닥등록은 벤처기업의 1차 목표다. 그는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내년 하반기쯤 코스닥 등록신청을 할 계획입니다." 기업 실적 뿐 아니라, 관리면에서도 철저하게 준비 중이다. 하지만 꼭 등록을 위한 준비가 아니더라도, 김 사장은 올해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단 무리하지 않고, 회사의 기술적 역량 범위 안에서 말이다.

 

"은행에서 쌓은 평판을 바탕으로, 카드 저축은행 등 2금융권까지 적극적으로 영역을 넓혀 나갈 생각입니다. 기술적으로 완벽한 준비가 돼 있지요. 또 우월한 기술력을 경쟁력으로 우리와 금융문화가 비슷한 일본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수준향상에 작은 밑거름이 되고 싶다는 게 김 사장의 생각이다. 우 사장의 제일 큰 자랑인, 우직하리만큼 성실한 그의 직원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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