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방카슈랑스,고양이가 됐네요
세상에는 당초 생각했던 것과 결과가 다른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방카슈랑스가 요즘 딱 그렇습니다. 은행의 겸업화가 세계적 추세라며 방카슈랑스를 도입한 것까지는 좋았습니다. 판매채널을 다원화해 고객들에게 값싸고 유익한 금융상품을 제공하자는 취지도 훌륭했지요.
그러나 한 은행과 한 보험사의 상품만 파는 이른바 ‘배타적 제휴’방식이 무산되면서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지요. 존립기반이 무너지는 것을 우려한 보험사들의 입김으로 결국 한 보험사 상품의 판매비중을 50% 아래로 가져가야 했으니까요.
신한, 하나은행이 방카슈랑스 상품을 팔기 위해 각각 SH&C, 하나생명 등 전용 보험사까지 설립한 것을 비롯 대부분의 은행들이 방카슈랑스 자회사를 만들기 위한 시간과 비용을 꽤나 들였고 다른 은행들도 따라가는 분위기였습니다.
어쨌거나 겸업화를 위해 ‘미래의 수익원’인 방카슈랑스 사업을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언젠가는 제한조치들이 풀릴 거라고 본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한 발짝 더 나아가 ‘은행 지점당 보험상품 판매인원을 1명으로 제한한다’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나와 버렸습니다.
은행들은 은행연합회에 모여 대책회의를 열고 지점별로 생보, 손보 2명씩은 보험을 팔게 해 달라고 의견을 모았고, 12일 재정경제부에 건의까지 마쳤습니다. 물론 은행들의 의견이 관철될 것이라고 보는 분위기는 아니고 일단 입장표시를 한 것이지요.
한 시중은행 팀장은 “중소형 생명보험사들이 자신들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서 국회의원들에게 로비를 쎄게 한 것 같다”며 “은행들이 뜻을 모아 방카슈랑스를 하지 말자고 결의라도 해야 하는 데 형편이 그렇지 않다”고 하더군요. 은행들은 그동안 투자한 게 아깝고 앞으로 이런 제한 조치들이 풀릴 것이라고 보고 ‘건의’라는 형식을 빌어 반대의사를 밝힌 후 또 다시 ‘지점당 판매인원 1인’도 울며 겨자먹기로 받아들일 모양입니다.
그러나 고객 입장에서 보면 저렴한 보험료로 편리하게 가입할 수 있는 방카슈랑스 상품의 가입기회가 그만큼 줄어들게 된 셈입니다.
결국 은행들은 지점당 1명만 팔 수 있는 보험상품을 위해 그동안 전산투자, 제휴협상에 많은 돈과 인력을 허비한 꼴이 돼 버렸습니다. 한 은행 임원의 말처럼 "방카슈랑스라는 호랑이를 그리려고 했는데 누군가가 고양이로 만들어 버린 셈"이 됐습니다. 이렇게 할 바에야 방카슈랑스 제도를 왜 도입하는 지 이해가 되지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