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범수 NHN대표
살아남기 위해서 업계 1위가 돼야 한다는 다짐으로 합병을 단행한 지 3년. 신생 기업이든 합병 기업이든 계속기업으로서의 가능성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는 시간 안에 인터넷의 황제로 일컬어지던 다음을 눌렀으니 성공적인 기업 합병의 전례를 남긴 셈이다.
꼭 11년 전 PC통신을 처음 접한 후 한동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김범수(38) NHN 대표는 98년 한게임을 창업했을 당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인터넷이 성장한데 다시 한 번 놀라움을 숨기지 못한다. "한게임을 만들 때만 해도 10년쯤 지나면 우리가 만드는 인터넷 게임이 보편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그 당시 생각했던 세상이 너무 빨리 다가왔죠."
# 감각 & 결단
6년간 삼성SDS에서 남들보다 일찍 IT산업의 흐름을 접한 것은 분명 매력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조직에 갇혀버릴 미래를 생각하면 갑갑하다는 생각에 김 대표는 IMF의 끝이 보이지 않았던 98년 사표를 던졌다. 삼성SDS에서 일하며 통신, 인터넷을 빨리 경험한 것이 큰 힘이 됐다. 나름대로 인터넷의 발전상을 그릴 수 있었고, 6년 동안 개발부터 기획, 영업 등 두루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독립해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다가왔다. 인터넷이 급속히 확산됐고, `닷컴` 기업들이 너도나도 벤처캐피탈로부터 자금을 수혈했다. 인터넷 게임의 대중화를 10년 후로 내다보고 목적사업인 게임 개발과 별도로 수익사업을 병행했던 김 대표는 테헤란벨리가 국가 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부상하는 순간을 목격하고 모든 수익 사업을 접었다. 결국 주력사업인 게임 개발에 모든 역량을 쏟겠다는 결단이 한게임을 IT산업의 중심에 자리 잡게 했다.
자칫 긴장을 늦추고 있었다면 모르는 사이 스쳐갔을 지도 모르는 흐름을 잡아낸 감각과 사업 방향을 틀어놓은 과단성이 사업을 궤도에 올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이다.
합병은 비약적인 성장을 가져다 준 또 한 번의 결단이었다. "사람들이 인터넷을 찾는 이유는 정보, 지식을 검색하는 것 한 가지와 즐거움을 얻기 위한 것 등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해요. 네이버와 한게임이 합병한다면 두 가지를 모두 갖출 수 있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죠."
# 핵심사업에서 수익 나야
지난 1분기 NHN의 매출액은 약 353억원. 프리미엄 검색광고가 22%(78억원), 프리미엄 게임이 51%(179억원)을 차지했다. 결국 합병 당시 두 개의 축으로 설정했던 핵심 사업에서 대부분의 수익을 창출한 셈이다. 다음이 주력사업인 카페와 메일을 통해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합병 당시 시나리오가 맞아 떨어진 셈이에요. 인터넷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 두 가지 아이템을 합친데다 네이버는 한게임의 충성도 높은 고객과 결제 시스템을 확충할 수 있었고, 한게임도 서비스 폭을 넓힐 수 있었죠."
NHN은 올해 하반기 또 한 번 어닝 서프라이즈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 시장이 너무 빨리 성장해서 놀란 것과 대조적으로 일본 시장은 발전의 속도가 예상보다 크게 느려요. 10년 불황으로 기업이 투자를 꺼리는 탓이죠. 하지만 올해 안으로 인터넷 망이 갖춰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선발 업체로서 강점을 드러내야죠."
김 대표는 일본 시장에서 게임 유료화를 통해 연내 수익을 창출하는 동시에 하반기 중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커뮤니티를 이용한 수익모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 대규모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도 이를 이용해 수익을 창출한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김 대표의 전략이 어떻게 펼쳐진 것인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글로벌 네트워크화를 향해
"인터넷이 없었다면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황폐화 됐을까, 사람들이 얼마나 자기중심적으로 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인터넷이 사람들의 시각을 넓히고 삶을 풍요롭게 했다는 사실에 대해 김 대표는 한 번도 의구심을 가져보지 않았다. 그는 인터넷이 갖는 힘은 세대를 넘어선 네트워크를 만든데 있다고 말한다. 인터넷이 갖는 네트워킹의 위력은 새삼 아이러브스쿨을 떠올리지 않아도 이미 몸소 체험한 바다. 김 대표는 서로 다른 세대가 함께 즐기는 엔터테인먼트도 인터넷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가 일본 중국에 이어 미국까지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세대간의 벽을 허물어뜨린 네트워크를 국제 사회로 확장하기 위한 것이다. 인터넷으로 국가와 문화의 벽을 넘는 글로벌 네트워크 사회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심감이다.
"인터넷이 국가와 사회를 뛰어넘어 사람들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할 때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정보와 세계는 보다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NHN이 글로벌 기업으로 입지를 다질 때 비로소 CEO로서 역할도 끝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혼자 CEO 하기가 외로워 합병을 결정했다고 농담을 건네는 김 대표는 의사결정을 하는데 있어 이해진 공동대표의 합리성과 유연성이 자신의 추진력과 잘 어울어진다며 팀웍을 자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