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종합상사 "손발 다 잘라?"

[기자수첩]종합상사 "손발 다 잘라?"

원정호 기자
2003.05.27 12:33

[기자수첩]종합상사 "손발 다 잘라?"

 해외법인 폐쇄 여부를 놓고 현대종합상사와 채권단의 '밀고 당기고'식 막판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채권단이 핵심 해외법인만 남기고 모두 문을 닫으라는 자구안을 요구하고 나서자 현대상사측은 종합상사의 '팔과 다리'를 자르는 일이라며 맞서고 있는 것이다.

 채권단의 의견은 이렇다. SK글로벌 등 종합상사들의 경영관행에 비춰볼 때 회사 이익에 도움이 안되는 본지사간 거래를 일삼고 부실을 키우는 법인은 원천 봉쇄해야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회사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현지법인 8개 가운데 영업이익을 제대로 내는 소수법인을 제외하고 모두 정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인터넷 등 글로벌 무역시대에 꼭 현지법인이 많아야 된다는 것으로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현대상사측은 공들여 쌓아 놓은 해외법인들을 완전 철수해 버리면 해당 지역 상권을 다 날려버리는 것과 다름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현지에서 시장을 개척하던 직원이 없어지면 수출을 더 이상 늘리기 힘든데다 거래선 마저 붕괴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대상사 관계자는 "채권단과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종합상사의 핵심역량이 해외네트워크에서 나온다는 점을 채권단에 설득중"이라고 말했다.

 어떻게든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채무를 조정해야 하는 채권단 입장에서 손익의 잣대로 기업을 재단해야 되는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채권단의 시선이 해외법인이 갖고 있는 '무형의 자산'까지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가 부존 자원없이 세계 10대 수출부국으로 성장한 것은 종합상사맨들이 해외바이어들과 신뢰를 두텁게 쌓고 남들보다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갈수록 요구조건이 까다로워지는 추세속에서 바이어들은 해외법인을 폐쇄한다고 하면 다른 수출선을 찾아갈 것이 뻔하다. 이는 결국 한 기업만의 일이 아닌 국가적 손실로도 귀결된다. 당장의 계산에 목메 제 기능을 상실한 회사를 살리느니 법인의 지점 전환 등 좀 더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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