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부의 카드사 규제완화 문제없나?
정부는 소비위축에 따른 경기회복 지연을 이유로 카드회사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였다. 내년 말까지 전체자산의 50%이하로 현금대출비중을 축소하도록 한 것을 급격한 축소에 따른 부작용 때문에 축소시한을 2007년까지 연장하였고 회수가 어려운 현금대출을 대환대출로 바꾸어 줄때 이를 현금대출에서 제외하도록 하였다.
현금대출비중의 축소시한을 연장하여 주면 카드사는 점진적 축소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시키기 보다는 2007년 까지 현금대출에 치중할 가능성이 높다. 또 연체가 발생하고 있는 현금대출을 장기채권으로 바꾸어 연체율을 줄이는 대환대출은 바람직한 연체율 축소 방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를 조장하기 위해 대환대출을 현금대출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조치는 카드사의 부실문제를 잠시 덮어 두는 편법에 지나지 않는다.
IMF 금융 위기를 경험한 우리로서는 금융기관의 건전성에 대한 정부 규제가 다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강화되어야 할 당위성이 충분히 있다. 또 위험을 중개하는 금융기관 스스로 평소에 위험관리를 철저히 하여 자신들의 건전성이 유지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아울러 이를 소홀히 한 금융기관은 시장에서 퇴출되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부실한 금융기관 때문에 국가전체가 위기에 처하는 IMF와 같은 금융위기가 재발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카드사에 대한 정부조치를 보면 IMF 금융위기라는 값 비싼 수업료를 치르면서 얻은 교훈이 벌써 망각되는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
현금대출비중의 축소 지연을 통해 소비를 진작시키고 이를 통래 경기침체를 막아 보겠다는 발상은 매일 한 개씩의 계란으로는 배가 고프니까 며칠 동안 잘 먹으려고 계란을 낳는 닭을 잡아먹겠다는 발상과 다름이 없다. 본격적인 경기회복은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기업이 높아진 경쟁력 때문에 투지지출을 증가시킬 때 이루어진다. 소비를 통한 경기회복은 일시적이기 때문에 투자가 뒤받침 되지 아니하면 참된 경기회복세를 보일 수 없다. 투자가 따라주지 않는 소비 증가는 신용불량자만 양산시킬 뿐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경험하였다. 소비지출을 무리하게 증가시키고자 시도한 한국은행의 유동성 확대정책이 부동산의 거품만 부풀린 작금의 현상이 소비지출을 통한 경기회복의 실상을 보여 주고 있다.
대환대출 자체도 문제지만 더구나 이를 현금대출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조치는 지금 호미로 막을 부실을 키워 나중에 가래로 막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미 연체가 발생하고 있는 부실현금대출을 처리하는 방법은 이를 조속히 상각하고 추후에 이와 유사한 부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대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기존부실의 상각에서 발생하는 손실은 자기자본으로 메워 넣어야 한다. 그렇지 아니하고 연체채권이 경기가 회복되면 상환될 수 있다는 기대 하에 이를 장기채권으로 전환시켜 주는 조치는 부실의 장기화 및 대형화만 초래할 따름이다. 또 추가부실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카드사의 신용분석 및 위험관리 능력이 제고되어야 하는데 기존의 카드사가 이에 대한 노력이 없다면 단순히 정부 규제의 강도에 따라 카드사의 경영실적이 결정되는 천수답식 경영이 반복 될 수밖에 없다.
금융의 선진화를 이루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원칙을 수립하고 다소의 고통이 따르더라도 이를 꾸준히 관철시키려는 노력이다. IMF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막대한 공적 자금을 투입하였고 이의 결과로 우리나라의 금융기관은 외형상 건전성을 회복하였다. 그러나 아직 까지도 추가부실 방지를 확고히 이룩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이 이번 카드회사 문제로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한번의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고 다시는 똑 같은 실패를 되풀이 하지 말아야 한다는 평범한 사실이 무원칙과 말 바꾸기가 난무하는 이 시대에 무엇보다 우리에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