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공동 번영을 위한 한·중·일 FTA

[기고]공동 번영을 위한 한·중·일 FTA

현오석 무역연구소 소장
2003.10.19 16:00

[기고]공동 번영을 위한 한·중·일 FTA

한·중·일 정상이 이달초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14개항의 공동선언을 채택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 등에도 합의했지만 무엇보다도 경제분야 협력강화를 위한 밑그림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3국은 상호투자를 확대하고 금융안정에 협력한다는 기본전략에 합의하였다. 특히 FTA(자유무역협정) 체결과 관련된 공동연구의 진전을 높이 평가하면서 더욱 긴밀한 경제적 파트너쉽의 방향을 모색하는데도 원론적으로 동의하였다.

지금 동북아지역은 유럽과 북미에 이은 세계경제의 3대 축으로 부상했다. 세계적으로 지역주의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는 가운데 유럽과 북미에서는 이미 지역경제통합의 기반을 완성하고 더욱 확대·심화시키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EU(유럽연합)는 경제적인 차원을 넘어 정치분야에까지 통합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으며 조만간 동구권의 국가들을 포함한 10개국을 새로운 회원국으로 받아들일 예정이다. 10여년 전에 이미 NAFTA를 출범시킨 북미에서는 중남미 국가들에까지 그 범위를 확대하고자 하는 FTAA(범미자유무역지대)에 대한 모든 협상을 2005년 1월까지 종결하고 2005년 12월에는 FTAA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유럽과 미주의 움직임에 반해 아시아에서의 지역통합논의는 이제 걸음마 단계이다. 일본이 아세안과 FTA를 포함한 포괄적 경제제휴협상을 2012년까지 마무리할 예정이고 중국은 싱가포르등 6개국과 2010년까지, 베트남 등 4개국과는 2015년까지 각각 FTA를 체결할 계획이다. 하지만 경제구조와 규모면에서 볼 때 한·중·일 FTA 논의야말로 아시아지역 경제통합을 위한 실질적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3국이 수평적인 분업구조를 갖춘 상호 보완적인 산업구조를 갖게 되어 역내교역이 균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경제통합의 혜택이 어느 한 쪽에만 치우친다면 상호신뢰구축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또 한·중·일 FTA는 경제 측면만이 아니라 동북아지역의 평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즉 한·중·일 FTA는 이 지역의 정치적,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동북아인들이 공동의 평화와 번영을 구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동북아지역의 경제통합논의가 다른 지역에 비해 늦은 배경에는 이 지역의 양대 세력인 중국과 일본의 경쟁적인 대결구도가 아직도 상존하고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중국과 일본간의 경쟁과 반목관계가 긴 역사를 갖고 있음을 감안할 때 모든 일이 획기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시간을 두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가야 하는데 여기에 한·중·일 FTA가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한·중·일 FTA에 양대세력이 동의해도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서로는 많은 양보를 요구할 수 있다. 이때 두 세력 사이의 의견을 적절히 조율할 수 있는 세력이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은 적절한 중재를 할 수 있는 적합한 위치에 서 있다. 한국은 역사적인 측면에서 일본에 대해 중국과 유사한 감정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간 신뢰를 구축하는데 유리하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한국은 중간정도의 발전단계에 있기 때문에 중국과 일본을 연결하여 동북아를 통합하는 매개역할을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현재 EU의 전신인 EC 출범의 기초에는 베네룩스 관세동맹이 있었다. 이들 개방형 소국들은 서로 경쟁관계에 있던 독일과 프랑스의 협상을 중재하는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같은 역할을 한국이 담당하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으며 한중일 3국이 진정으로 경제통합의 필요성에 공감해 추진키로 합의한다면 한국은 충분히 중재자의 역할을 수행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우리에게서 EC 통합의 아버지인 장 모네(Jean Monnet)와 같은 걸출한 지도자의 출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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