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FTA, 불가피한 우리의 선택

[기고]FTA, 불가피한 우리의 선택

안호영 외교통상부 다자통상국장
2003.10.23 12:18

[기고]FTA, 불가피한 우리의 선택

최근 개최된 ASEAN+3 정상회의, APEC 정상회의는 세계 각국이 자유무역협정(FTA)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아시아 국가들이 이를 추진키 위해 기울이고 있는 노력을 우리에게 분명하게 확인시켜준 계기였다고 생각된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적으로 184개의 FTA가 발효중인데 이 숫자는 2005년까지 250개 이상으로 급증하며, 이에 따라 FTA 체결국간의 무역이 전세계 교역량의 55%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147개 WTO 회원국 중 FTA를 체결하지 않은 몇 안되는 예외적인 국가로서, FTA 확산에 따라 역외국으로서의 불 이익이 크게 우려되고 있다. 다른 한편, 우리 경제는 이미 경제성장의 한계를 노정하면서 미국 등 주요 수출시장에서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FTA 체결을 통한 시장확보와 생산성 향상의 도모가 절실히 요청된다.

이러한 배경에서 정부는 지난 8월30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우리나라의 FTA 추진 로드맵을 확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일본과는 금번 APEC 정상회의 계기 한일 정상회담에서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하였고, 금년말 본격적으로 협상을 개시하여 향후 2년간 진행시켜 나갈 계획이다. 또한, 싱가포르와는 금번 노무현 대통령의 싱가포르 국빈방문 계기에 FTA 협상개시를 선언하였고, 이에 따라 내년초부터 대략 1년간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ASEAN과도 지난 10월8일 한 ASEAN 정상회의에서 FTA를 포함한 포괄적인 경제협력방안에 대해 공동연구를 하도록 전문가 그룹을 구성하는데 합의하였으며, 이에 따라 내년초 공동연구를 개시하여 그 결과를 내년도 한 ASEAN 정상회의에 보고할 계획이다. 한편, FTA의 정치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거대 선진 경제권과의 추진이 필요한데, 이에 따라 미국, EU, 중국 등과의 FTA, 한-중-일 FTA, EAFTA(동아시아자유무역지대) 등은 국내외적으로 우호적인 여건을 마련해 가면서 점진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의존도가 70%에 이르는 우리나라로서는 FTA 추진이 불가피한 선택이고 오히려 어느 나라보다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입장인데, FTA 추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어느 정도의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본다. 문제는 FTA를 체결하게 되면 우리나라 경제 전체에는 큰 이득이 있으나, 일부분야에서 자유화에 따른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체결한 한 칠레 FTA의 비준동의안이 수개월간 국회에서 계류되어 있어 실무책임자로서 안타까움을 넘어서 답답함을 숨길 수 없다. 한 칠레 FTA가 우리 농업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제한적이며, 그나마도 지원특별법을 통해 충분한 보완이 이루어 질 예정이다. 이제 한 칠레 FTA를 비롯한 FTA 정책에 대한 우리 사회의 논의는 감정적 구호의 단계를 넘어서 실질적 문제점과 대응책을 찾는 단계로 이행하여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우리 경제가 치루어야 하는 댓가는 계속되는 시장의 상실, 생산성의 하락, 실업률의 상승이다. 한 칠레 FTA가 우리 농업을 망친다는 근거없는 두려움으로 이렇게 비싼 댓가를 치룰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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