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기업인 사기진작 '말로만'
정부가 다음달 `기업인 사기진작 태스크포스(TF)'를 만들겠다고 한다. 얼마전 경제장관간담회에서 장관들이 경제난국을 타개하겠다며 내놓은 해법 가운데 하나다. 기업인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졌다는 건 정말 심각한 일이다. 그걸 장관들이 알긴 아는 모양이다. 가계는 350만 신용불량자 문제에 짖눌려 있고,정부 또한 적자재정 위기에 직면해 있으니 기업인 말고 누가 불황탈출의 길을 열겠는가.
그래서 새로 가동될 TF팀이 할 일은 막중하다.
첫째, 기업인들의 사기를 꺾는 게 무엇인지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 이 리스트에는 아마 `말로만 경제'일 뿐 실제로는`나몰라라' 하는 정치권의 이전투구가 가장 먼저 오를 것이다. 아니면 도저히 접점을 찾을 수 없는 노사대립이 먼저일 수도 있다. 그 다음에는 예측불가능한 대통령의 갈지(之)자 행동, 386 정권실세들이 아마추어리즘, 무능력한 경제팀, 아무리 소리쳐도 풀리지 않는 과잉규제, 중단없는 비자금 수사 등이 줄을 설 것 같다. 금리나 세금 부담, 환율불안, 북핵문제 등 때문에 일할 맛이 뚝 떨어진다는 기업인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 것이다.
둘째,사기저하 요인을 제거할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정쟁과 노사불안을 어떻게 해소하고,대통령과 경제팀의 리더십은 어떻게 복원할것인지 답을 내야 한다. 정치권에 뜯기고 검찰에 뒤통수 맞는 정치자금 시련에서도 헤어날 길을 찾아 주어야 한다.
TF팀이 이 정도 작업을 하려면 대통령이 팀장이 돼도 모자랄 것이다. 그런데 이 팀을 산업자원부 내에 두기로 했으니 무슨 작품이 나올지 벌써부터 눈에 선하다. 요즘 정부가 하는 일이 꼭 이런 식이다. TF팀이나 특별위원회 같은 것을 만들어 무슨 대단한 일을 할 것처럼 나서지만 사실은 그곳에 골치아픈 일을 `퉁'하고 모두가 신경을 꺼 버리는 것이다. 이같은 면피용 조직은 탁상행정의 전형이다. 예컨대 청와대 정무수석 밑에 `정치안정 TF'를 만들고, 노동부 장관 밑에 `노사안정 TF'를 만든다면 무슨 일이 되겠는가.
최근 생명보험사 상장안 마련을 포기한 금융감독위원회의 행태도 똑 같다. 생보상장 자문위원회라는 것을 만들어 `뜨거운 감자'를 던져 놓고 몇달을 허비하다 결국 일을 뭉개버린 것이다. 이유는 자문위가 권고안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데 이걸 과연 누구 책임이라고 해야 할지 묻고 싶다. 얼마전에는 재정경제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출자총액 제한제도의 개선 여부를 놓고 제각각 자기 편을 드는 연구소를 내세워 대리전을 펼치기도 했다. 경제부총리가 `완화'를 외치면 공정거래위원장은 `무슨 소리냐'고 되받아치는 모습을 몇년동안이나 지켜보아 온 재계는 얼마나 짜증스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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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사기진작은 정말 중요하다. 투자와 수출만이 경제난을 극복할 수 있는 출구이기 때문이다. 그 방법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에 있다. 외국기업이 몰려들 정도로만 하면 모자랄 게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힘없는 산자부에 맡겨 놓을 일인가. 기업인 사기를 올리려면 이런 썰렁한 개그부터 없애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