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한국 파병 안해도 된다
제2의 이라크전이 시작됐다. 이라크가 저항의 날로 선언한 1일 하루동안에만 16명의 미군이 숨졌고, 3일에는 미군지휘부까지 습격을 받는 등 이라크는 제2의 전쟁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 5월1일 조지 부시 대통령이 종전을 선언한 이후 미군 239명(2일 기준)이 숨졌다. 이전에는 136명이 전사했다. 전면전에서 게릴라전으로 양상만 바꿨을 뿐 전쟁은 계속되고 있음을 웅변하는 수치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군 추가 파병논의가 한창이다. 파병 찬성론자들은 전투가 아니라 치안유지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의 파병은 전투를 의미한다.
노무현 정부는 추가 파병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정부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인 듯하다. 파병 결정 소식이 대북한 불가침 문서보장과 비슷한 시점에서 불거진 것으로 미뤄볼 때, 한국이 파병을 하는 대신 미국이 문서형태로 대북 불가침을 보장하는 것을 합의했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또 동북아의 지정학적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은 싫던 좋던 미국과 한배를 탈 수 밖에 없다. 중국이라는 미래의 슈퍼 파워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중국이 2050년까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제1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은 경제력에 상응하는 정치적 지위를 요구할 것이고, 전통의 패권주의가 부활할 수 있다. 그 때 한국이 의지할 곳은 미국뿐이다.
그러나 파병의 명분은 전혀 없다. 미국의 대이라크전이 해방전쟁이 아니고 침략전쟁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주장대로 해방전쟁이라고 한다면 이라크에서 지금 같은 저항이 일어날리 없다. 일부에서는 사담 후세인의 잔당이 준동하고 있을 뿐이라고 폄하하지만 게릴라 전사와 민중은 물고기와 물의 관계다. 민중들의 지원 없이는 게릴라전을 수행할 수가 없다.
사실 미국의 해방전쟁 논리는 가소롭기까지 하다. 한국민중의 해방, 즉 한국의 민주화를 미국이 해 주었나. 한국의 민주화는 한국인의 피와 땀으로 이뤄낸 것이다. 이라크도 마찬가지다.
국제정세도 급변하고 있다. 이라크의 저항이 격화되자 3일 태국은 이라크 주둔 태국군이 위기에 빠질 경우 철수할 수 있다고 밝혔고, 이라크 파병안이 이미 의회를 통과한 터키도 같은 날 이라크의 초청 없이는 파병을 안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더욱이 미국은 적전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소수이긴 하지만 빨리 손 털고 나오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의미심장한 것은 부시가의 내분 조짐이다. 아들의 이라크전을 지지하면서도 신중론을 견지했던 아버지 부시가 7일 시상식이 열리는 '조지 부시상' 수상자로 대표적 반전론자인 민주당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을 지명했다. 미국의 보스톤 글로브지는 "이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내는 모종의 메시지"라고 촌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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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부시는 98년 '바뀌는 세상'이란 저서에서 "미군이 바그다드에 진격하면 우리 동맹을 분열시키고 아랍 전체를 우리의 적으로 만든다. 바그다드를 점령해도 우리의 젊은 병사들의 희생 속에 이길 수 없는 도시 게릴라전을 치를 수밖에 없고, 더 큰 문제는 탈출구가 없다는 점"이라고 갈파했었다.
지금 부시 대통령은 아버지 말을 들을 걸하고 후회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노무현 정부도 섣불리 파병했다 진퇴양란에 빠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