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외환시장 개입의 대가
거의 매일 되풀이되는 외환시장 개입으로 채권시장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7일 3년만기 국고채수익률은 지난 3월 SK글로벌 및 카드채 수급사태이후 최고치인 4.77%로 급등했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와 호주, 영국 등의 정책금리 인상탓도 크지만 외환시장 개입용 실탄을 만들기 위해 국공채발행이 늘면서 채권수급이 흔들리고 있는 것과도 관계가 깊다.
시장금리가 빨리 오르면 시차를 두고 대출금리가 뒤따라 오르게 돼 있다. 아직 시장금리 수준이 경기회복에 위협적인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외국인주식투자자금, 경상수지 흑자 등으로 쏟아지는 달러를 흡수하기위해 국채발행을 늘려나간다면 시장금리가 경기회복속도에 걸맞지 않게 빠르게 올라갈 것이 뻔하다. 이는 빚에 눌려있는 사람들의 원리금 상환부담을 가중시켜 가뜩이나 죽쑤고 있는 소비경기를 더 주눅들게 만드는 요인이다.
올해들어 10월말까지 외환보유액은 219억달러 늘었다. 90%이상은 개입에 의한 것이란 게 중론이다. 원화로 환산하면 10월말까지 순발행된 외국환평형기금채권 6조5천억원, 통화안정증권 21조원을 합친 27조5천억원과 비슷하다. 올들어 추가로 발행된 외평채나 통안증권이 대부분 외환시장 개입용이었다는 뜻이다. 11월 채권수익률 오름폭이 커지는 것도 외환시장 안정용으로 4조3천억원 규모의 국채가 발행되고 있는 것과 관계가 많다.
당국도 이를 의식해서인지 9월하순부터 현물환시장이 아닌 역외선물환시장인 NDF에 개입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 여기엔 아시아국가의 환율방어에 쏟아지는 국제적 눈총을 피해가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현물환시장에서 달러를 사면 외환보유액이 바로 늘어나 개입흔적이 표가 나기때문.
NDF시장에서 당국이 선물환을 사서 잡아놓은 현물외환이 족히 100억달러는 될 것이란 관측이다. 외환시장에 직접개입했더면 외환보유액이 증가로 잡혔을 물량이다. 원/달러환율이 오르는 환경이 마련돼 저절로 시장에서 흡수되는 운을 만나지 않는이상 결국 당국이 인수해야할 물량이다. 올해 외평채 잔여한도 2조원, 내년 외환시장 개입용으로 받아놓은 7조8천억원 다 쏟아부어도 모자라는 양이다.
무리를 해서라도 환율을 받쳐주면 수출은 활기를 띨 것이다. 또 적당한 금리상승은 부동산거품을 제어하는 면도 있다. 그러나 수급은 물론 국제환율의 추세를 거스르면서까지 환율을 들어올리는 당국의 무모함을 보고 있노라면 개입의 순기능보다 소비위축과 같은 역기능이 더 크게 다가온다. 가계부실 때문에 금융권이 골병들고 있는 마당에 금리상승이 근로자 가계수지와 내수경기에 어떤 영향을 줄지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종합주가지수 800이 되도록 개인들이 주식투자할 생각도 못하는 것도 결국 빚때문이다.
수출은 여전히 경제성장의 기관차다. 그러나 수출이 세계경기회복의 순풍을 받고 있고 또 환율에 내성을 가진 경쟁력 있는 기업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만큼 환율이 수급논리를 따라 움직이게 적당히 놓아주고, 주저앉은 내수를 보살피는데 경제정책의 무게를 두는 것이 순리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