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측근, 그리고 주인의식
얼마전 모 TV 드라마에서 이런 장면이 나왔다고 한다. 다른 데 근무하는 자신의 아들을 불러다 기획조정실장인가로 앉히려는 한 기업회장. 그는 그같은 내용을 간부들에게 통보하면서 이렇게 일성을 덧붙였다고 한다. "불만 있으면 당장 사표 쓰고 나가."
내 회사, 내 마음대로 하는데 감히 누가 뭐랄 것인가, 뭐 그런 발상인 것 같다. 아무리 드라마에 나온 것이라지만, 그 얘기를 전해듣는 순간 못내 씁쓰름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기업주 입장에서 핏줄만큼 믿을 만한 `측근중의 측근'은 없을게다.
요즘 언론에서는 대통령 `측근 비리'에 관한 얘기로 난리다. 정권이 바뀌어도 변함없이 터지는 측근비리. 가신이다, 측근이다 해서 나랏일을 주물럭거리는 우리 정치의 큰 병폐 중의 병폐. 그네들은 아마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내가 누구를 만들었으니, 이 정권도 내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그런데 보다 큰 문제는 그런 측근들을 배제하지 못했다는 점 아닐까.
기업주가 "내가 만든 회사, 내 마음대로 하는데 누가 뭐랄 것이냐"라며 혈연을 우선시하는 것과 다름없어 보인다. 어디 혈연뿐인가. 기업에서도 `가신, 혹은 측근'의 전횡사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결국 그 끝은 어떤가.
굳이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집권 초기에 `백악관 속의 백악관'으로 불렸던 `아칸소 사단'이 1년여만에 퇴진했던 사례를 들지 않아도 될 것이다. 거슬러 올라가 유방이 황제의 자리에 오른 후 가신들을 몰아낸 이유를 들먹일 필요도 없을 것이다.
고려시대 측근정치의 전형적인 형태로 불리는 최충헌 등 최씨 정권의 사례는 또 어떤가. 결국 측근정치가 성행할 수록 권력자를 빙자한 부정과 비리는 잇따를수 밖에 없으며, 오래 가지 못하는게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권력에 대한 욕심과 내 것이라는 집착, 남을 믿지 못하는 불신들이 어울려 정치와 기업, 곳곳에 그런 사례들이 성행하는 것 같다. 뭐 꼭 거창하게 권력자나 재벌기업의 사례를 들추지 않아도 주변의 많은 조직에서 그런 유사한 사례를 종종 볼 수 있지 않은가.
그래서인지 찰스 엘리어트 하버드대 총장이 40년 가까운 재임기간중 모교출신 대학교수 채용을 철저히 제한했다는 얘기를 떠올릴수록 참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제자가 스승을 넘어설 수 없는 시스템으로는 대학이 발전할 수 없다는 그런 사고방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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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연'과 `측근'에 이끌릴수록 조직은 병들수 밖에 없다. 내 것이라고, 간섭하지 말라고, 남을 믿지 못하고, 그래서 몇몇이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하는 그런 조직에서 어떻게 제대로 된 의사소통이 이뤄질 것인가. 주인의식, 글쎄 그것도 주인의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단순히 뇌물을 받고 어쩌는게 측근비리의 전부는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조직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몇몇이 조직을 주물럭거리며 `하의상달'은 없고 `상의하달'만 존재한다면, 그런 조직의 발전이란 한계가 있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