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한투 대투도 현투같이?
무려 3년에 걸친 현투증권 매각협상이 끝났다. 정부는 현투증권 매각에 이어 한국투자증권(한투)과 대한투자증권(대투)도 ‘국내외에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다시 답답해진다. 지난 3년의 우여곡절을 지켜본 사람들이라면 그 길이 얼마나 먼 길인지 알고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지만 그야말로 희망사항일뿐이다.
현투증권의 영업간부는 “그동안 부실금융기관이란 핸디캡을 안고 영업하느라 얼마나 마음 고생을 했는지 모른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3년동안 회사가 완전히 망가지지 않게 유지해온 것만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투 대투는 그동안 현투 매각의 뒷전에 밀려 방치돼 왔다. 그리고 이제 또 부실금융기관이란 낙인을 달고 매각협상에 가슴 조이며 얼마나 긴 터널을 지나야할지 모를 일이다.
한투 대투 직원들은 매각이 진행되는 동안 상당한 영업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한다. 당국자들은 “한투 대투가 부실하다는게 어제 오늘의 얘기냐”고 되물을 것이다. 그러나 현업 직원들은 “앞으로 몇 년동안, 잊을만 하면 공적자금 추가투입이다 매각이다해서 고객들에게 ‘주인바뀔 회사’, ‘불안한 회사’, ‘부실한 회사’라는 것을 자꾸만 기억시켜줄 것을 생각하면 끔직한 노릇”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주인이 바뀌면 언제 잘릴지 불안해 한다. 회사에 마음붙이지 못할게 분명하다.
더욱이 그들이 매각 과정에 시달리는 동안 새로 진출한 푸르덴셜은 국제적 명성과 업계 최대 판매망을 내세워 공격적인 시장잠식에 나설 것이다. 외국계 투신사의 시장점유율은 푸르덴셜의 진출로 35%를 넘어서고 미국 최대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 등도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정부가 한투 대투의 어설픈 매각방침을 서둘러 발표한 배경이 석연치 않다. 언제부터인지 노무현 대통령의 강연문 등에 ‘투신 처리방안 연내 마련’이 등장했다. 어떤 연유로 그런 상황이 연출됐는지 알 수 없으나 정책 당국자들은 어떻게든 ‘가시적인 답안’를 제시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온 답이 ‘국내외에 매각 위해 주간사를 정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는 1차 방정식이다. 제일은행 현투 등의 매각 과정에서 나타났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 과연 한투 대투까지 해외에 파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검토 등이 보이지 않는다.
한투 대투는 매각보다 부실의 낙인을 떼어줘 영업에 지장이 없도록 해주는게 급선무다. 두 회사를 합병하든 대우증권과 합하든 일단 완전 정상화시킨 뒤 시간을 갖고 제값을 다 받고 팔더라도 팔아야 한다. 외국 투자자들은 한국 정부의 초읽기식 매각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점을 익히 잘 알고 있다. 연내 주간사 선정, 내년 상반기 우선협상자 선정 등 시한을 정해놓고 시간에 쫓기며 매각하는 것이 얼마나 불리한 지 충분히 경험해왔다. 정부는 나타나지도 않은 인수희망자가 원하는 방식대로 매각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곧 매각 로드맵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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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적 금융회사들이 대부분 국유화돼 있는 마당에 금융구조조정의 완결편이라 할 수 있는 민영화 로드맵이 제시되지 못하는게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