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금통위 제치고 청와대 간 총재

[현장클릭]금통위 제치고 청와대 간 총재

채원배 기자
2003.12.11 17:46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현장클릭]금통위 제치고 청와대 간 총재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금통위 의장인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청와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금통위를 제치고 청와대로 달려간 것입니다.

중앙은행 총재가 다른 회의때문에 금통위 도중 자리를 뜬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3년 넘게 한은을 출입한 기자의 기억으로는 아마 이번이 처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11일 금통위에서 이같은 일이 벌어진 것은 금통위 회의 시간과 청와대에서 열리는 동북아금융허브 국정과제 회의 시간이 겹쳤기 때문입니다. 박 총재가 청와대 회의때문에 금통위 회의 중간에 사회를 김원태 금통위원에게 넘겼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알려질 때만 해도 대부분의 기자들의 반응은 "행정부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우습게 여기는 게 아니냐"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청와대 회의를 마치고 한은에 돌아온 박 총재는 기자들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청와대 국정과제회의의 주의제중 하나가 한국투자공사(KIC)설립에 관한 것이었다"며 "한은으로서는 중대한 사안이어서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박 총재는 또 "금통위원들과 통화정책방향 발표문 어구 수정까지 마쳤기 때문에 의장대행에게 회의를 주재시켜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박 총재의 말대로 이날 청와대 회의는 '국제투자기관 육성을 위한 KIC설립'이라는 우리 경제의 미래가 달려있는 중요한 문제를 결정하는 자리였습니다. 더욱이 그동안 외환보유액 일부를 운용하는 문제를 놓고 정부와 한은이 이견을 보였기 때문에 당연히 총재가 참석해 바람직한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금통위는 주식 채권 외환 등 전 금융시장이 주목하는 회의입니다. 금통위가 열리는 날이면 시장 참가자들은 총재의 말 한마디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이 때문에 시장 관계자들은 "총재가 금통위 본회의 의사봉을 놓고 청와대에 간 것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입니다.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공개시장위원회 회의도중 백악관 부름을 받았다면 회의를 제치고 달려 갔겠느냐는 것입니다.

한은은 지난 수십년간 중앙은행 독립을 외쳤습니다. 중앙은행 독립이 이뤄지지 않고서는 경제가 발전할 수 없다고 한은맨들은 늘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벌어진 일을 본 국민들은 과연 한은을 어떻게 생각하게 될까요.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