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카드 빚도 빚이다

[시평]카드 빚도 빚이다

윤창현 명지대 경영무역학부 교수
2003.12.18 08:08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시평]카드 빚도 빚이다

 “책도둑은 도둑이 아니고 카드빚은 빚이 아니고 현금서비스는 서비스만 받으면 끝이다” 최근 시중에서 들리는 얘기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최근 신용불량자가 숫자는 점점 증가하여 이제 370만을 헤아리고 있다.

신용불량자제도는 일종의 F학점 제도다. 예를 들어 대출금이 3개월 이상 연체되거나 5만원 이상 카드대금이 3개월이상 연체되면 은행연합회로 통보 된다. 은행연합회는 이를 다 합쳐서 3개월 이상 연체금액이 30만원을 넘는 경우와 전체금액이 30만원 이하라도 건수가 3건 이상이면 이를 신용불량자로 지정하여 금융기관에 통보하고 있다. 신용평가시험에서 F학점을 맞은 셈이다. 신용불량자가 된 국민들 중에는 어려워진 경제상황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연체를 하게 된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신용불량제 폐지가 능사인가

그러나 최근 우려되는 것은 신용불량자중에 어떻게 해서든지 돈을 갚으려는 시도를 하기보다 연체금액을 지능적으로 회피해가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 포털 ‘다음’에는 11월말 현재 274개의 신용불량자의 카페가 생겨있고 이중에는 채권추심을 효과적으로 피하는 방법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심지어 “불법채권추심사례와 대응방안”이라는 보고서까지 유통되고 있는 카페가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채권 추심 담당직원을 화나게 만들고 폭언을 유도하여 이를 녹음하고 나서 금감원에 통보하거나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위협하면 효과적이다”라는 식의 전략들이 제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IMF 위기를 당한 이후 우리나라 국민들의 성향이 각박해졌다고들 하지만 이제 정도가 지나치다는 느낌이다. 과거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말이다. 숫자가 많아지면서 집단주의적 행동의 기미마저 보이고 있다.

 카드회사가 고객에게 빌려준 돈이 어떤 돈인가? 우리의 이웃들이 은행에 예금하고 투신사펀드에 가입한 알토란같은 돈들이 카드회사로 들어가 간접적으로 제공된 돈이다. 카드대금을 연체하고 현금서비스를 상환하지 않는 것은 결국 카드회사를 매개로 성실한 이웃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이다. 이 돈을 어떻게 해서든 갚아야 한다는 의식이 희미해질수록 우리 사회의 신용은 땅에 떨어지고 많은 금융기관의 파산과 경제의 몰락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이다.

도덕불감증 치유책부터 찾아야

 최근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개인신용평가능력 제고방안에 보면 신용불량자제도의 폐지가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자산관리공사의 원금 50% 감면가능성이 발표된 후 점점 도덕적해이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신용불량자 제도의 폐지는 타는 불에 기름을 끼얹는 효과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물론 현행제도는 F학점이 남발되는 제도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현행 30만원을 50만원이나 100만원 정도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민간 신용정보회사들을 육성하고 이들이 개인신용도를 정교하게 점수화하여 이 점수를 토대로 금융기관이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F학점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특히 F학점을 안 받으려고 열심히 공부하려는 유인이 존재한다면 이 제도의 폐지는 재고되어야 한다.

신용불량자제도의 폐지가 연체한 돈을 갚으려는 노력을 약화시키거나 포기하도록 만든다면 이는 시장실패를 유도하는 정책에 다름없다. 결국 정부가 할일은 F학점제도의 폐지가 아니라 일단 F학점을 맞은 사람에게도 새로 시험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빨리 F학점을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다. 나아가 정치권도 F학점 기록을 삭제하라는 식의 다분히 감정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점점 확산되는 국민들의 도덕적 불감증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이다. “책도둑도 도둑이고 카드빚도 빚이고 현금서비스는 단기고리대출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