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정책대응의 경제·사회적 비용
자기실현적 기대가설을 입증이라도 하듯 LG카드 사태는 급기야 정부개입으로 급한 불을 끄게 됐다. 사실 이번 조치로 유동성관련 위기는 어느 정도 극복했지만 실추된 시장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상당 기간이 필요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안타까운 점은 지금과 같은 시장불안에 대한 대응방식이 향후 시장신뢰회복에 도움이 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우리는 현 일련의 사태를 우리 금융시스템의 취약성을 철저히 재점검하는 계기로 인식해야 한다. 환율불안이라는 복병과 금융불안의 뇌관제거가 불충분한 상황에서 유사한 사태의 재발과 금융위기의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 카드 사태는 시장원리를 강화하지 않는 금융안정노력의 효과가 결코 지속될 수 없음을 반증하는 결과다. 현 사태의 원인으로서 정책실패만 강조하는 데도 문제가 있다. 정책노력을 야기한 시장작동과 지배구조상의 문제는 어떠한 경우에도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사실 정책개입을 염두에 둔 체제적 도덕적 해이의 추구행위자들은 사회적 비용을 늘린 댓가를 피상적으로만 치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특정집단의 무분별한 위험추구의 결과 담합적 사회분위기에 편승하여 빗잔치를 치른 셈이다.
이러한 원인에는 첫째, 재벌금융사의 제 2금융권 독점구조하에서 적기시정조치의 발동이 실질적으로 어려웠던 감독상의 문제, 둘째, 투신과 카드사간의 담합구조와 시장평가가 왜곡될 수 밖에 없는 개인신용시장의 열악한 인프라 여건, 셋째, 단기안정을 위해 시장규율을 절충함에 따라 납세자들의 부담을 최소화하지 못하는 단견주의(short-termism)의 정책결정구도를 들 수 있다. 또 다른 차원에서는 신용불량요인을 제때 처리할 수 없는 개인신용시장의 인프라 미비, 그리고 일자리창출의 토대가 사라져가는 우리경제의 경쟁력 저하현상 등도 중요한 요인이다.
분명 LG사태의 이면에는 창조적 파괴와 안정을 도모하려는 정부정책의 상충관계가 엇박자로 맞물려 있는 현실이 숨어있다. 취약한 부문을 지탱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결국 안정유지비용의 급격한 증가로 이어졌으며 이는 오히려 시장작동상 장애요인을 부각시켰다. 정부정책에만 메달리는 현 구도는 이제 우리 모두 탈피해야 한다. 안정화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뿐 아니라 시장의 작동자체가 기형적으로 왜곡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외환보유고나 통안채발행잔고의 급증은 우리 시장의 한계와 경제체제운용상의 비효율성을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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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여건은 점차 투명성이 강조되고 시장의 평가가 중시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정책대응이나 시장의 주요참여자들의 행태는 구습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로 우리는 성장 동인에 투입될 귀중한 재원을 허무하게 낭비하고 있다. 따라서 정책개입의 비용개념을 모호하게 하는 각종 요인들이 속히 제거되어야 한다. 첫째, 이윤추구의 장으로서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시장규율이 강조되어야 하나 이런저런 보호막과 묵시적 보증으로 얽혀진 지배구조상의 실타래는 풀리지 않고 있다. 시장작동에 장애물로 부각되는 숨어있는 부실과 불분명한 책임소재의 파악과 처리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차원에서 보다 강화되어야 한다.
둘째, 체제적 개선없이 안정노력만으로는 미래에 대한 대비가 불가능하다. 안정에 필수적인 노동 교육개혁 및 법체계의 정비와 같은 다양한 요인들을 정책노력과 병행하지 않을 경우 해외충격에 민감할 수 밖에 없으며 들어오는 자본의 질도 좋아지기 어렵다. 셋째, 시장자체의 선별기능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차원의 노력도 여러 각도에서 검증되어야 한다. 썩은 사과를 골라내지 못하는 시장에서 제대로 된 투자이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각종 보호막의 이면에 숨쉬는 부실의 여지를 줄이는 것만이 노령화사회의 미래대비를 가능케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