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시평]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전성인 홍익대 교수
2004.01.28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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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새해가 밝아오면서 각 경제부처는 올해의 정책방향을 수립하고 이를 대통령에게 보고하느라 목하 여념이 없다. 특히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와 있는 상황에서 정책당국은 “총력성장, 고용확대”를 올해의 목표로 표방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는 몇 가지 중요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왜냐 하면 정부가 이런 저런 정책수단을 무차별적으로 동원하는 과정에서 정책수단간의 상호조화가 전적으로 무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경기부양부터 생각해 보자. 필자는 경기가 이미 최악의 상황을 지나간 것으로 보이는 현 시점에서 추가적인 경기부양이 필요한 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정책담당자 사이에는 아직도 6%대의 성장을 갈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잠재성장률을 초과하는 성장률을 인위적으로 창출하는 것은 정책수단의 변칙적 운용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다른 정책목표를 지나치게 희생시키는 등 각종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단적인 예가 환율정책이다. 지난 연말 이래 재경부는 온갖 수단을 총동원하여 원화의 평가절상을 억누르고 있다.

그러나 지나친 환율통제는 오히려 투기자본을 유치하는 초대장일 뿐만 아니라, 경상수지의 흑자가 누적된 상황에서 교역상대국들과 불필요한 환율분쟁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만일 궁극적으로 우리 정부가 대외적 압력에 굴복해 환율수준을 재조정할 수밖에 없다면 이것이 오히려 외환시장에 커다란 교란요인이 될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물가다. 아직 1월달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공식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그 크기는 상당할 것으로 짐작된다. 물론 재경부의 해명성 보도자료에서 보듯이 1월달 상승률의 상당 부분은 소위 “1월 효과”로 알려진 계절적 특성에 기인한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올해의 물가문제를 낙관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우리 나라의 물가는 거의 언제나 공급측면의 충격에 의해 상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세계 경제가 불황의 그늘을 벗어남으로써 서서히 주요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이는 결국 일정한 시차를 두고 국내물가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정부가 원화의 평가절상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는 현재의 정책기조를 준수하는 한, 환율에 의한 완충효과도 기대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행의 물가억제목표는 올해부터 종전의 2% - 4% 밴드에서 2.5% - 3.5% 밴드로 축소되어 자칫 연말에 가서 무리한 물가안정 정책이 급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고용확대를 생각해 보자. 실업자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준다는 데 원론적으로 반대할 사람은 없다. 문제는 정부가 세제감면을 이용해 이를 실천하는 데에는 무시할 수 없는 경제적 비용이 수반된다는 점이다.

현재 재정의 최대 관심사는 공적자금 상환부담과 관련한 재정건정성의 확보여야 한다. 아무리 총선에서의 승리가 다급하다고 해도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자녀들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기는커녕 그 곳에 자꾸 빚을 얹어주는 일을 기쁜 마음으로 처리할 수는 없지 않은가.

 

흔히 거시경제학의 맹아는 중상주의에 기인한다고들 한다. 어떻게 보면 거시경제학의 발전은 중상주의라는 거친 아이디어를 현실에 맞게 다듬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현대 거시경제학이 발견한 것은 경제정책이 때로는 잘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고, 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고, 모든 정책수단에는 나름대로의 부작용이 수반된다는 것들이다.

정책당국자는 섣불리 중상주의적 아이디어를 추구하려고 하지 말고,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가려 행하는 지혜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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