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김진표와 진념
김진표 경제부총리의 말과 행동이 시간이 갈수록 총선 쪽으로 기울고 있다. 그러나 본인은 늘 끝에가서 아니라고 말을 흐린다. 김 부총리를 보면서 2년전을 떠올린다. 일종의 '데자뷰' 현상(과거의 것을 현재 다시 본다는)에 빠지는 것이다.
그래서 2002년 4월12일에 쓴 기자수첩을 찾아봤다. 제목은 '진념 부총리의 우물쭈물'. 당시 경제부총리에서 경기도 지사로 출마했던 '진념'이란 이름을 지우고 '김진표'란 석자를 적어넣으면 다시 내보내도 무방한 칼럼이다.
"정치인이 된다는 것을 생각해 본 적 없다" "지금으로선 정치를 할 생각이 없다" "(출마할 지) 그건 모른다" "출마 결심을 못했다" 등등. 뉘앙스를 바꾸며 묘한 여운을 남기는 김 부총리의 어법은 2년전 진 부총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정치의 미덕을 애매모호로 잡는다면 그는 이미 프로 정치인이다.
기자들은 그런 그에게 이제 `경제'를 묻기보다 `정치'를 궁금해 하고 있다. 김 부총리는 이런 사태를 난감해 한다. 언론에 책임을 돌리고 싶어한다.`나는 가부를 밝히지 않았는데 언론이 앞서간다'는 식이다.
본인이 뭐라든 세상이 그에게 `정치'를 묻는다면 그는 이미 정치인이다. 그래서 그를 가르켜 "경제부총리라는 자리를 끝까지 정치에 활용하고 있다"고까지 말하는 직원도 있다.
시장경제는 예측가능성, 투명성, 확실성이란 토양을 만났을 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법이다. 그러나 김 부총리는 스스로 불확실성을 양산하고 있다.
다시 2년전 기자수첩을 보자. "중차대한 결심을 앞둔 개인적 고뇌는 있겠지만 지금 필요한 건 빠른 결정을 통한 부총리 자신의 신뢰 회복"이란 표현이 눈에 들어온다. 당시 진 부총리에게 전했던 이 말을 김 부총리에게 반복하고 싶다.
백번 양보해서 출마를 강요당했다 하더라도 결단과 책임은 스스로의 몫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