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삼성증권의 실험
삼성증권은 애매모호한 투자의견 대신 딱 부러진 '매수.매도.보유' 투자의견을 내겠다고 발표했다. 황영기 삼성증권 사장은 애널리스트들에게 어정쩡한 투자의견을 내지말고 실력으로 승부하라고 주문했다. 삼성증권 애널리스트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일이다. 종합주가지수가 오르든 떨어지든 상관없이 주가가 오를지 떨어질지 하나로만 승부를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는 곤혹스럽지만 시장의 기대는 크다. 한 펀드매니저는 "이젠 애널리스트들과 전화통화할 필요가 없겠다"며 "투자의견만 봐도 무슨 뜻인지 한눈에 알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어려운 일이지만 '매도' 의견도 서슴없이 내겠다는 게 회사 측의 의지다.
삼성증권은 해낼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적지 않다. 제 아무리 저평가되고 좋은 종목이라도 하락장 앞에선 장사가 없기 때문이다. '주가는 8할이 장세, 2할이 종목'이라는 말도 있다. 종목분석을 아무리 잘 하더라도 장세 때문에 실제 주가는 다르게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 시황분석과 종목분석을 최대한 잘 조합하는 방식으로 극복하겠다는게 회사 측의 입장이지만 과연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매도' 의견이 실제로 등장할 수 있을지도 두고 봐야한다. 애널리스트가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을 때 해당 기업의 불평이 적지 않다. 실제로 첫 시행일인 이날 삼성증권이 내놓은 종목보고서 가운데 '매도' 의견은 단 1건도 없었다. '보유' 의견이 1개 있었을 뿐 나머지는 모두 '매수'였다.
삼성증권이 새로 도입한 `종목 위험도' 평가도 마찬가지다. 이날 보고서 중 '위험도 높음' 의견은 단 1개에 불과했다. '낮음'이 1개, 나머지는 모두 '중간'이었다. 애매모호한 '시장수익률' 대신 딱 부러진 의견을 내겠다는 삼성증권의 시도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상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