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백수보험의 추억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살인의 추억'이란 영화가 있었습니다. 사실 추억보다는 악몽이란 표현이 맞겠지만 '추억'이란 제목이 묘한 뉘앙스를 줍니다.
십수년간 보험업계에 이어져 내려오는 '추억(?)'도 있습니다. 80년대초까지 팔았던 백수보험, 장수만세보험, 원앙보험 등 12%짜리 고금리 상품들이 바로 그런 '추억'들입니다.
백수보험은 당시 시중금리가 워낙 높아, 확정배당금으로 1000만원씩을 주겠다고 약속하면서 팔았습니다. 하지만 금리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약속했던 돈의 1/10에 불과한 100만원씩만 지급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고객들 입장에선 보험사에 항의를 하는게 당연합니다. 1000만원의 연금으로 편안한 노후를 생각하다 쥐꼬리만한 보험금을 타게 돼 허탈해졌으니 말입니다.
십수년째 보험사들과 백수보험가입자들간의 실랑이는 계속 이어지고 있고, 건별로 민원이 제기돼 타협하거나 소송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보험사들은 백수보험을 다른 보험으로 갈아타도록 유도하기도 했고, 일부 고객에는 합의금을, 또 일부 고객들과는 법정에서 다툼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보험사들은 '백수보험'이라고 하면 지긋지긋해 할 정도의 추억이 돼 버렸습니다.
고금리를 약정했다 지키지 못한 것은 보험사만은 아닙니다. 은행이나 증권사들도 정기예금이나 투신상품의 수익률을 지켜주지 못해 각종 민원에 시달린 적이 있고, 지금도 종종 그런 일이 발생합니다. 그런데 은행이나 증권사는 고금리약정이 '추억'으로까지 이어지지 않는 것과 달리 보험사들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보험의 계약기간이 평생이기 때문일 겁니다. 은행이나 증권은 길어야 1년에서 3년정도 거래하지만 보험은 한번 맺은 계약이 평생동안 이어지기 때문에 백수보험 가입자가 모두 사망할때까진 '추억'을 간직해야 합니다.
또 다른 이유는 보험사들이 그동안 합리적인 대안을 찾으려 하기 보다 쉬쉬하고 덮어두려고만 했다는데 있습니다. 적극적인 해명과 보상 보다는 개별 계약자와 합의를 하거나 보험계약을 다른 상품으로 전환시켜 무마하려는 시도만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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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보험의 '추억'은 소비자단체와 계약자들의 집단적 대응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보험사나 계약자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길 바랍니다. 그래야 과거의 원죄를 씻고, '보험은 사기다'는 오명에서 벗어날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