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장롱폰 양산에 정통부는 뒷짐
번호이동성 제도 시행 두달 째로 접어들면서 소위 '장롱폰'이 양산되는 폐해가 발생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안일하기 짝이 없다.
'장롱폰'이란 SK텔레콤 가입자가 KTF나 LG텔레콤으로 옮겨가면서 기존에 사용하던 휴대폰이 쓸모 없게 돼 그냥 집에 방치해 둔 휴대폰을 말한다. 셀룰러 방식의 SK텔레콤 휴대폰은 PCS 방식의 휴대폰으로 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지난 한달동안 SK텔레콤 가입자 30만명이 KTF와 LG텔레콤 옮겨갔으니 고스란히 30만개의 장롱폰이 양산된 꼴이다. 휴대폰 한대당 10만원씩만 쳐도 300억원어치의 휴대폰이 사장된 셈. 번호이동성 제도에 따른 중고폰 양산으로 올 한해 발생할 손실이 어림잡아 1000억원은 족히 넘을 것이란 지적이다.
앞으로도 번호이동제도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휴대폰을 새로 구입할 때 일선 대리점에서 기존 휴대폰을 회수하지 않는 한 하루에 1만개씩 불어나는 장롱폰 문제는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휴대폰 부품의 절반 이상이 수입부품이고 보면 이에 따른 외화낭비는 물론이고 중고 휴대폰이 환경 오염과 자원 낭비의 주범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정통부는 대책없이 '소신'만 앞세우고 있다. 이통업체의 타사 중고 휴대폰 매입은 불법 보조금 지급으로 남용될 우려가 있다며,자사 가입자 휴대폰의 경우에만 최대 5만원까지 보상매입을 허용할 뿐이다.
여기에 휴대폰 업체들은 자신들의 손을 떠난 휴대폰이 중고로 사장되든 말든 아무 관심이 없다. 중고 휴대폰을 휴대폰 제조업체가 의무적으로 수거하도록 하는 생산자책임활용제도의 시행시기는 1년이나 남아 있어 현재로서는 책임질 일도 아니란 반응이다.
번호이동성제도가 실시되기 전부터 충분히 고려할 수 있었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방관하는 정통부의 행정능력을 탓하기도 지쳤다.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이통업체-휴대폰업체들과 머리를 맞대고 중고 휴대폰을 회수하고 재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