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과연 이헌재 장관은 할 수 있을까

[시평] 과연 이헌재 장관은 할 수 있을까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2004.02.18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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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과연 이헌재 장관은 할 수 있을까

 이헌재 장관이 다시금 경제정책의 최고 책임자의 자리에 오른 지도 벌써 제법 시간이 흘렀다. 오랜만에 스타 장관을 맞이하게 된 관계와 재계 그리고 언론계는 여러 표현을 동원하여 소감과 기대를 피력하였다. 필자 역시 나름대로의 표현으로 이에 동참하고자 한다.

 필자가 시평이라는 창구를 통해 이 장관과 처음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금부터 5년전인 1999년의 일이다. 1999년은 여러 의미에서 우리 경제가 수렁을 향해 첫 단추를 잘못 꿰기 시작한 해였다. 바이 코리아 펀드가 설치고, 삼성 자동차 문제가 꼬이고, 삼성생명의 상장 문제가 불거지고, 대우가 무너지고, 채권시장 안정기금이라는 편법이 동원된 해였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1999년은 외환 위기 이후 한 때 잠잠했던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고질적 병폐인 과잉과 편법이 다시금 부활한 해였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이 장관이 있었다. 1999년은 이 장관이 「외환위기 극복의 주역」에서 「무사안일과 편법의 화신」으로 변모하기 시작한 해였다. 그 이후 비록 이 장관은 금감위원장에서 재경부 장관으로 승진(?) 했지만 그의 영향력은 지위와 반비례의 궤적을 그리게 되었다. 이번 인사와 관련하여 이 장관을 모시기 위한 삼고초려의 뒷면에 그에 대한 부정적 인식 또한 만만치 않았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하나씩 차근차근 돌이켜 보자. 바이 코리아 문제는 이듬해 「왕자의 난」으로 발전하면서 현대 그룹 붕괴의 계기가 되었다. 하이닉스의 편법 처리나 목하 주식시장을 달구고 있는 KCC의 경영권 분쟁은 그 부산물이다.

 삼성 자동차의 처리는 어떠한가. “무덤속에 이미 들어간 삼성 자동차를 다시 꺼내 살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당시 금감위원장으로서의 공언은 결국 허구로 끝났다. 삼성생명의 상장과 삼성 자동차의 부실처리를 맞바꾸려고 했던 발상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삼성 자동차에 대한 채권은 아직도 충족되지 않고 있으며, 삼성생명의 상장은 작년 여름 약간의 소동을 벌인 후 언제나처럼 다시 수면하로 잠복한 상태다.

 대우처리는 기업구조조정이 편법으로 치닫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법원에 의한 도산절차 대신 「금융기관 팔 비틀기」가 등장하고, 「폭탄돌리기」가 구조조정의 요체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 바로 이 때부터이다. 투신사의 부실화와 편법 정비는 그 부산물이다.

 결국 오늘날 금융시장의 문제 중에서 신용카드사 문제와 부동산 시장의 거품 문제 정도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문제가 이 장관과 무관할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공적 자금과 공공 자금의 조성 및 집행 문제가 수면하에서 언제 있을지 모르는 청문회를 숨죽이고 기다리고 있다. 최근에는 외국자본 대 토종자본이라는 이상한 대립구도속에서 등장한 이헌재 펀드마저 또 다른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이헌재 장관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 있다. 어떤 일을 하기에는 자신의 손이 너무 깨끗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장관의 기회 또한 여기에 있다. 정말로 기적처럼 결자해지를 할 수 있는 제2의 기회를 허락받았기 때문이다. 만일 그가 삼성 자동차에 대한 채권회수, 삼성생명 상장, 그리고 투신사 구조조정 등의 문제를 제대로 마무리한다면 역사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뒤처리는 다하는 셈이 될 것이다. 신용불량자 문제를 처리하고 경제의 체질을 강화시킨다면 비로소 추가적인 기여를 한 장관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과거의 자기자신을 부정하고, 과거의 상관이나 부하, 그리고 은인까지도 부정해야 한다. 마약처럼 달콤한 일시적 명성이라는 유혹도 버려야 한다. 어려운 일이다. 과연 그는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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