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신불자문제 대응원칙

[시평]신불자문제 대응원칙

최공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04.03.04 08:29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시평]신불자문제 대응원칙

신불자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확대된 지 벌써 2년이 넘었다. 그동안 수많은 해결방안이 제시됐으나 기본적으로 지불능력의 저하로 야기된 문제를 쉽게 해결할 묘책은 찾기 어렵다. 시장진입초기의 폭발적 이윤추구로 간과되었던 카드사들의 왜곡된 재무구조는 이미 외부의 도움없이 언제든 체제적 위협요인으로 둔갑할 위험으로 다가서고 있다. 빚을 권하는 사회분위기에 얽메인 중서민계층은 일자리보다는 막연한 정부대책에만 의지하게 되었다. 일단 쓰고 보자는 도덕적 해이는 정작 강조되어야할 소득흐름의 창출을 도외시하게 되었다. 적어도 사회적 비용을 고려한 공정한 이윤추구의 장이 전체적인 도덕적 해이로 점철된 난장판으로 전락하였다.

 

이미 신불자 문제는 개인신용시장의 문제를 넘어서 소비위축, 고용악화 등 중산 및 서민층의 생계와 직결된 사회문제로 확대된 상태이다. 문제가 커지는 동안에도 국가적 위험관리의 필요성은 일상적 우려의 차원을 벗어나지 못했다. 뚜렷한 시장신호가 시장에 나타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적기시정조치는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로 대체되었다. 신용시장의 발전을 위한 인프라구축은 장기적 이슈로 도외시되었다. 특히 금융권의 안정을 지켜내기 위한 신불자 기준은 이제 사회전반의 안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부각되었다. 위험관리의 주체들에게는 절충적 방관의 계기로 그리고 채무변제의사가 강조되어야할 서민층에게는 일순간에 지나치게 가혹한 기준으로 둔갑했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LG카드사태 이후 유동성위기의 확산을 막는 대책외에 별다른 사후관리가 없었다. 그러나 막상 시장작동이 매끄럽지 못한 상황에서 정작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본격적인 신불자 대책은 두 가지의 족쇄에 갖혀있다. 첫째,경제 및 사회안정을 위해 사적문제에 개입할 수 밖에 없는 정책적 부담이다. 이미 작년말 경제활동인구의 16.2%에 달할 정도로 급속히 늘어난 신불자로 인해 신규 신용공여기반이 급격히 축소되고 신용위기의 뇌관이 방치되었다. 따라서 정책개입은 불가피하다. 둘째, 선거를 앞두고 발표될 수 밖에 없는 신불자 해소나 카드사 정상화를 위한 대책은 자칫 도덕적 해이의 장기적 후유증을 증폭시킬 수 있다.

 

신불자문제는 제도, 정책, 고용, 회사경영 등과 연관된 매우 복합적 문제이므로 처방도 단순한 신용불량자수 줄이기보다는 시장작동을 원활히 하는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시장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관련기관의 기존 연체 조기해소 노력과 향후 부실화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시장 친화적이며 선제적인 조치가 강조되어야 한다. 특히 최근 연체율이 높아지는 상황하에서 채무상환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시장원칙 준수방침을 조기 전달하고 개인 신용시장의 정상화 방침을 제시하여 시장불확실성을 적극 제거해 나가야 한다. 더욱이 최근 시장심리가 시장원칙을 위협할 수 있는 방향으로 확산되고 있으므로 이를 차단하기 위한 정책방향이 속히 시장에 전달되어야 한다. 물론 안타까운 점은 시간에 쫓겨 가장 원칙적인 조치들을 선거를 앞두고 발표해야 하는 점이다. 발표를 안할 경우 연체율과 신불자 증가는 당장의 위험증폭은 물론 선거이후의 수습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고 발표를 할 경우 정치적 부담내지는 장기적 후유증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장을 통한 조정이 강조되어야 한다. 시장의 자발적 작동에 필수적인 시장신뢰가 간과될 경우 중장기적 처리비용이 너무 커졌기 때문이다. 대응원칙은 첫째, 기존부실에 대해서 해당기관의 개별 또는 공동책임하에 기존 연체에 대한 다양한 유동화를 적극 권장하거나 워크아웃을 확충하고 및 법적 해소절차를 조기 시행해야 한다. 기존부실에 대한 가격산정이 가능한 여건을 조성하여 문제를 키우는 구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둘째, 잠재부실에 대해서는 리볼빙 제도의 전면실시와 신불자기준을 폐지하고 이를 개별연체관리 프로그램으로 대체하여 감독기준을 차등 적용한다. 물론 이러한 노력의 핵심은 시장친화적 차원의 근본적 접근이다. 더 이상 정치적 논리에 휘말려 해야 할 것을 미루고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앞세우는 정책판단은 철저히 배격하고 지양해야 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