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참여연대가 축하화분을 보냈다면
지난 25일 황영기 우리은행장이 공식 취임했습니다. 취임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는 수십명의 기자들이 몰렸습니다. 스타 CEO에 쏠리는관심을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모두 발언 이후 가진 일문일답에서 삼성그룹과의 관계해소 방안을 묻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민감한 질문이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궁금한 대목이기도 해 관심을 갖고 들었습니다. 황 행장은 "더이상 이 얘기는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로 시작했습니다. 이어 "의혹을 사지말라는 당부의 말씀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했습니다.
계속된 기자회견에서 삼성과 관련된 추가 질문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한두번 나온 얘기도 아니고 해서 크게 비중을 두지않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래서 기자도 삼성 출신이라는 논란이 당분간은 수그러들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과거의 경력보다 앞으로 그가 보여줄 모습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기도 했고요.
하지만 예상은 불과 몇 시간만에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이날 오후 참여연대가 황 행장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참여연대는 "황 행장이 삼성생명 재직시 이재용씨 및 삼성자동차 관련 부당거래로 형법상 배임죄에 해당하는 지 사법적 판단을 묻기 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황 행장이 삼성그룹 핵심임원 출신으로, 주채권은행과 여신거래 기업간에 이해충돌을 야기할 소지가 농후하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된다"고 덧붙였습니다.
행장으로 취임하는 날, 새 출발을 격려하는 축하화분 대신 `검찰 고발'을 발표한 참여연대를 보면서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참여연대 자체가 그들이 그토록 견제하고 사사건건 칼날을 세우는 '삼성' 못지 않은 또 하나의 거대한 권력이 돼 버린 게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스토커라는 단어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삼성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나온 사람에게 수년전의 일을 갖고 이제 와서, 그것도 행장 취임식 날 검찰 고발을 결행했어야 할까요. 당시에는 가만히 있다가 말입니다.
황 행장은 추천위원회와 감독기관의 검증을 거쳤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과거보다 현재와 미래를 보고 평가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황영기 행장이 한 때 몸담았던 삼성그룹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갈 지 눈을 똑바로 뜨고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다만 이제는 `삼성맨 황영기'가 아닌 `우리금융 회장, 우리은행장 황영기'라야 한다는 것이죠.
황 행장이 삼성 출신이 아니었더라면 하는 가정을 해 봅니다. 참여연대의 삼성에 대한 견제가 유능하고 의욕이 넘쳐나는 한 CEO의 발목을 잡는 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