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국이 왼쪽으로 갔다고?
총선이 끝난 직후인 16일 워싱턴포스트는 "한국의 4.15 총선이 40년만에 가장 뚜렷한 좌파로의 이동을 보여줬다"고 논평했다. 뉴욕타임스(NYT)도 "한국 유권자들은 의회를 진보좌파의 손에 넘겨줬다"고 보도했다. 한국 정치가 왼쪽으로 움직였다는 뜻.
국내 언론들은 이를 그대로 받아서 크게 보도했다. 전경련 등 재계도 총선후 분배 위주 정책으로 방향전환을 할 것인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를 부담스럽게 생각했는지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지난 16일 정례브리핑에서 "정책기조에는 변함이 없다. 열린우리당이 내세운 공약의 상당부분이 정부정책 방향과 궤를 같이 한다"고 했다. 말은 기존정책 유지지만 좀더 들여다 보면 "왼쪽으로 가지 않는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과천 정부청사의 경제관료들은 열린우리당의 압승에 대해 적어도 이념적으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열린우리당의 정책이나 인물을 같은 편으로 여기고 있는 듯 하다. 이 부총리는 "참여정부 1년이 지난뒤 성장, 시장경제 중심이 자리를 잡았고 이에대한 믿음을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도 받았다"고 말했다.
관료들은 열린우리당 보다는 민주노동당의 의회진출에 좌우시비를 하고 있다. 민노당이 내세운 정책들이 대부분 노동자와 소외된 계층을 겨냥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좌우는 상대적인 것이다.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의 오른쪽에 서 있는게 틀림없어 보인다. 하지만 민노당에 비해 열린우리당은 한참이나 오른쪽에 서 있다. 실제 민노당의 눈에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과 마찬가지로 `보수'다.
이처럼 색깔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불거지는 좌우시비는 국민들의 눈에는`정치적'으로 보일 뿐이다. 이념의 벽이 무너진 상황에서, 특히 브라질은 물론 의회민주주의의 원조인 영국까지도 노동당이 집권하고 있는 시점에서 좌우시비는 세계화와도 걸맞지 않아 보인다.
문제는 좌와 우가 아니라 누가 더 국민을 위하느냐일 것이다. 맛있고 몸에 좋은 음식을 찾는 것처럼, 국민들은 영양가있고 현실적인 정책에 굶주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