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은행 임원과 햄버거집 점원

[현장클릭]은행 임원과 햄버거집 점원

진상현 기자
2004.04.25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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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은행 임원과 햄버거집 점원

"외환은행 임원들이 맥도날드 햄버거 점원들과 다를 게 뭐가 있습니까. 필요하면 고용하고 필요없으면 얼마든지 자르고 하는데 말입니다"

이달용 외환은행 부행장의 퇴진과 관련한 노조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지난 23일 외환은행 노조 사무실을 찾아갔습니다.

이 부행장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는데 핵심 역할을 했고 론스타의 경영권 인수 후에도 임원들의 물갈이 등 악역을 도맡았습니다. 그런 그가 사실상 론스타의 강요에 의해 경질된 것입니다. 사무실에서 만난 한 간부는 이 부행장의 사임에 대해 "한마디로 토사구팽"이라고 짧게 논평했습니다. 대신 미국계 펀드가 인수한 은행의 노조로서 겪었던 일들과 자신의 소회를 털어놓았습니다.

먼저 언어와 문화 차이 때문에 노조가 무척 고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예를 들어 외국인 경영진은 노조원은 모두 'employee(피고용인)'로 이해하고 '노조멤버(union members)'라고 하면 노조 지도부로 생각한다"며 "작은 차이처럼 보이지만 이는 너무나 큰 차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론스타는 막강한 자본력은 물론 국내 최대 로펌과 대표 회계법인 등으로 무장하고 있다"며 "사소한 것으로 문제를 삼았다가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을 수 있어 매우 조심스럽다"고 했습니다.

"행장이 무슨 힘이 있습니까. 모든 것이 이사회에서 결정되고 이사회는 론스타측 인사들로 채워져 있는데"라고 말할 때는 목소리 톤이 높아졌습니다. 그는 한때 이사회를 막아보려고 한 적도 있었지만 론스타측이 이사회를 외부에서 열거나 화상회의로 대체해 한계가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이 간부는 "론스타와 칼라일 등 은행을 인수했던 해외 자본들이 이제는 기업들에 대한 정보를 상당히 축적했을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막강한 자본으로 무장한 이들 투기 자본들이 정보력까지 축적해 더 강력해지고 있다는 거죠.

그는 앞으로의 대응 전략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소한 건은 많지만 동시 다발적인 이런 것들을 모두 따라가다가는 실리를 얻지 못합니다. 그물을 쳐놓고 기다릴 겁니다. 그물 가지고 쫓아다니면 한 마리도 잡을 수 없습니다"

계속 주시하면서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그의 말에 현실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론스타가 노조가 친 그물로 잡을 수 있는 물고기일지..여전히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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