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일본은 살렸는데, 왜 우리는..

[기자수첩]일본은 살렸는데, 왜 우리는..

강기택 기자
2004.06.23 12:50

[기자수첩]일본은 살렸는데, 왜 우리는..

지난 4월 이라크의 '무자헤딘 여단'은 일본인 3명을 납치, 사흘 내에 이라크 주둔 자위대가 철수하지 않을 경우 이들을 살해할 것이라는 영상 메세지를 '알-자지라' 를 통해 보냈다. 그리고 사흘뒤 돌아온 것은 자위대가 아니라 인질들이었다.

지난 20일 '아부 무사브 알-자르카위 소속 그룹'이라고 밝힌 납치범들은 24시간 이내에 이라크에서 한국군을 철수하지 않을 경우 김선일씨를 죽일 것이라고 같은 방식으로 알려왔다. 그러나 일본과 달리 김선일씨는 생환하지 못했다.

다른 것은 인질들의 생사만이 아니었다. 일본 정부는 사건 발생 초기 무장 세력의 정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지만 현지에서 신뢰를 쌓아 둔 종교 지도자, 부족장들과 물밑 협상을 벌여 인질 석방을 간접적으로 호소하면서 실마리를 찾았다.

일본 정부는 또 미국에도 지원을 요청했다. 인질이 억류된 것으로 알려진 팔루자 지역의 휴전을 요구, 48시간 추가 휴전 연장을 이끌어내면서 무장세력들을 달랬던 것이다.

그러나 한국정부가 협상 파트너로 선택한 현지 성직자 단체와 이슬람계 정당 간부 등이 별다른 교섭역량을 보여주지 못했으며 정부는 납치 사실을 동맹국인 미군으로부터 제때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도 테러리스트들이 '한국군 철수, 추가파병 반대'를 협상조건으로 제시한 상황에서 '추가 파병 불변' 원칙을 재확인했던 것은 아둔한 일이었다. 상대방을 자극하지 않고 얻어낼 것은 최대한 얻어내는 것이 협상인 까닭이다.

'정당성'보다 '국익'이라는 실리를 택했다면 파병 후 발생할 테러 피해와 미국으로부터 얻어낼 외교,경제,군사적 반대급부 등도 면밀하게 따져보고 대응했어야 하나 정부는 테러리스트와 미군 양쪽에 무능했다.

'9.11테러'는 남의 일이었지만 '김선일'씨는 우리의 일인 것처럼 냉혹한 국제관계에서 자기 생존과 이익이 우선되므로 유능한 정부라면 자국민에게 유익한 방법을 입안하고 집행할 줄 알아야 한다.

테러리스트들이 이라크 해방을 위한 성전을 한다고 해도, 미국이 테러리스트 박멸이란 기치를 내걸어도 이 세상에 정의를 위한 살인은 없는 법이다. 국력부재의 상황에서 사지로 들어간 김선일씨의 리스크테이킹을 아쉬워하며 그를 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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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택 논설위원

비즈니스 저널리즘의 최고 경지, 머니투데이의 일원임을 자랑스레 여깁니다. 독창적이고, 통찰력 넘치는 기사로 독자들과 마주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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