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인트]기다리는 싸움

[오늘의 포인트]기다리는 싸움

권성희 기자
2004.07.06 11:58

[오늘의 포인트]기다리는 싸움

증시가 3일째 750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실적 예고 기간은 시작됐지만 뚜렷하게 모멘텀을 받지 못하고 있다. 반면 비록 전날 미국 증시가 휴장하긴 했지만 최근들어 미국 거시지표가 그리 좋지 못했던 것에 비하면 하방 경직성은 꽤 견고해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하다. 결국 투자자들의 거래가 부진한 가운데 호재도 악재도 그리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채 증시는 정체돼 있는 모습이다.

실적 예고(프리어닝) 기간임에도, 또 2분기 실적 자체는 긍정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됨에도 모멘텀이 강하지 않는데 대해 강현철 LG투자증권 연구위원은 "6월말에 증시가 빠르게 반등했기 때문에 프리어닝 기대감이 빠르게 소멸하고 있는 듯 하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아울러 현재가 약세장이기 때문에 프리어닝이 증시에 주는 긍정적 효과 자체가 없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강 연구위원의 견해.

"지난해 2분기 이후 강세장에서 프리어닝 시즌 때 종합주가지수는 평균 5~7% 올랐다. 그러나 현재는 6월말 반등 직전부터 상승률이 2%도 채 안 된다. 이는 현재가 약세장이기 때문이다. 약세장일 때는 실적이 주가에 미치는 모멘텀이 약하다. 2002년 2분기부터 지난해 1분기까지 프리어닝 시즌 때 주가 움직임을 보면 2번 오르고 2번 떨어졌다. 이미 투자자들은 이익 모멘텀의 고점이 지났다는 것을 알고 있고 노출된 실적은 주가에 거의 반영된 상태기 때문에 실적 기대감이 증시를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일 수 있다."

강 연구위원은 "강세장일 때도 프리어닝 시즌인 7월초중반엔 주가가 올랐으나 막상 실적 발표가 시작되는 7월 중후반에는 반락했다"며 "이번에는 조정이 더 일찍 찾아와 이번주 후반부터 증시가 다시 아래쪽으로 방향을 틀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적 모멘텀 자체가 약세장 흐름 속에서 크게 약화됐다는 지적. 반면 이에 맞서는 하방경직성에 대한 기대감을 제시하는 주장도 있다. 이정호 미래에셋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시장으로 일본을 지켜보고 있는데 최근에 일본에 투자하는 헤지펀드에서 흥미로운 움직임을 발견했으며 이것이 미국의 거시경제 불안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증시에 하방경직성을 제공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팀장의 의견.

"세계의 자산 배분을 보면 결국 미국과 아시아의 성장률 경쟁으로 결정되며 이런 측면에서 일본은 아시아를 대변하는 가장 큰 시장으로 해외 자금이 아시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느냐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 일본에 투자하는 헤지펀드들의 수익률을 보면 4월말 아시아 증시 폭락 때 거의 타격을 입지 않았다. 이는 헤지펀드들이 상당히 헤지(주식 비중 축소 등 위험 회피)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후 아시아 증시 반등 때 헤지펀드들의 수익률이다. 이 때 헤지펀드들의 수익률이 기준 지수와 거의 비슷하다면 헤지를 상당히 풀었다는 얘기, 즉,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에 대한 조심스런 시각이 상당히 완화됐다는 의미가 된다. 최근 헤지펀드 수익률을 보면 일본의 토픽스 지수와 거의 비슷한데 결국 일본 주식에 대한 헤지를 많이 풀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뮤추얼펀드들은 장기 자금으로 연초에 아시아 주식을 매수한 뒤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있으므로 헤지펀드들의 자금 동향이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판단하며 현재 일본 헤지펀드들의 움직임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이것이 최근 미국 거시경제에 대한 의심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증시를 떠받치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 아닌가 싶다."

헤지펀드들은 오히려 시장에 대해 좀더 편안해진 것 같다는 해석이다. 사실 한국 증시에서만 봐도 최근 외국인들의 매매 패턴은 큰 움직임이 없는 가운데 소폭 매수 우위로 보인다. 한 외국계 증권사 리서치 헤드는 "한달 이상 외국인들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었으며 뮤추얼펀드들은 한국 시장에 대해 별로 걱정을 하지 않고 있다"며 "매수 후 보유가 지속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한국 증시를 움직인 것은 개인의 선물 거래로 인한 프로그램 매매였다. 4월말 증시 급락 이후 이러한 흐름 속에서 외국인들의 매매는 별다른 변화 없이 '중립적'이었다. 펀드에 신규 자금이 크게 유입되지 않아 순매수가 많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매도하지도 않았다. 이러다보니 최근 외국인들의 증시 영향력은 크게 떨어졌다. 어찌보면 외국인은 시간이 지나면 이기는 싸움이라는 확신을 갖고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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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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