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시간 죽이기
빌 머레이와 앤디 맥도웰이 주연한 '사랑의 블랙홀'(Groundhog Day, 1993년 작)이라는 영화가 있다. 줄거리인즉슨 주인공 남자가 매일 자고 일어나면 어제 그 시간, 같은 장소로 되돌아간다는 내용이다.
(소위 잘나가는 기상 캐스터, 필 코너스가 한 마을의 성촉절(Groundhog Day) 취재를 나갔다가 겪는 이야기다. 기상예보도 없던 폭설을 만나 마을에 갇히게 되는데, 다음날 그리고 또 다음날 일어나도 계속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의 하루가 되풀이된다. 벼라별 짓을 다해보는 필 코너스, 그래도 똑같은 매일매일이 반복됐다. 그가 진짜 사랑에 빠지기 전까지. )
요즘 증시를 보면 똑같은 장세의 반복이라는 느낌이 든다. 시나리오도 비슷하고 등장하는 배우도 똑같다. 먼저 우리가 잠든 사이 미국의 그린스펀과 기업실적 발표가 있고 개장전 미국 증시의 움직임이 등장한다. 그 다음 외국인의 주가지수선물 매수(매도)와 이에 따른 베이시스 상승(하락), 그리고 프로그램 매수(매도)가 차례로 등장한다. 종합지수는 적당히 740선을 중심으로 오르고 내리고 하고 있다.
앞서 영화에서 일상성의 덫에 걸린 한 남자를 구출해준 것은 사랑이란 모멘텀이었는데 당분간 프로그램의 덫에 걸린 이 증시를 구해줄 모멘텀은 많지 않아 보인다.
블랙홀 지수대 720~760
이번주 지수는 720~760선대의 박스권을 형성하며 등락했다. 이날(23일) 역시 보합권에서 장을 시작해 장중 730선 초반까지 하락했다 737선에서 마감했다. 1776억원의 프로그램 매물을 감안하면 선방했다. 전날에도 저가 733까지 내렸다가 740선위에서 마감했는데, 이틀연속 730선의 하방경직성을 확인했다는 평가다.
다만 박스권 추세를 변화시킬 만한 이슈는 없어 문제다. 먼저 한국관련 펀드로부터는 자금이 야금야금 빠지는 추세다. 지난 15~21일 아시아(일본제외) 펀드 등 3군데의 한국관련 펀드가 모두 자금 유출을 보였고 IT주 비중이 높은 대만 한국 등 아시아 증시보다는 미국이나 라틴아메리카 쪽으로 자금이 옮겨가고 있다.
지난 20일 7조7501억원으로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던 고객예탁금 역시 마찬가지. 22일 기준 예탁금은 7조7730억원을 기록해 7조원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 연구원은 내부 투자주체의 주식시장 외면은 가계 부문의 부채 조정이 끝나지 않은데 따른 잉여 유동성 부족, 최근 수년동안 부동산 등에 묶인 자금의 매몰화, 개인주도 시장인 코스닥의 추세적 하락에 따른 누적 손실, 주식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얻지 못한데 따른 심리적 학습 효과 등이 복합적으로 결부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모두 당장 해결될 수 없는 문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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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종합주가지수 고점은 조금씩 낮아지는 모습이다. 최근 주가의 반등강도 역시 5월 중순 100포인트, 6월말 70포인트에서 최근 40포인트로 낮아졌다.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다음주 주요 이슈
국내외 주요 기업들의 실적발표가 마무리되며 다음주는 경제지표 및 8월 초로 다가온 FOMC 회의 등에 집중될 전망이다. 대음주는 아니지만, 8월 초인 3일에는 7월 미국 개인소비지출(PCE)이, 6일에는 7월 미국 고용보고서가, 10일에는 공개시장위원회(FOMC) 금리 결정 등이 예정돼 있다. 미 증시는 관망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따라서 국내증시 역시 지수 740선을 중심으로 횡보할 공산이 크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다음주 시장의 관심은 미국 기업보다는 아시아 IT 기업에 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만의 TSMC(반도체 파운더리, 29일)와 일본의 Advantest(반도체 장비, 28일), 하이닉스(26일) 등 아시아권 IT메이저 업체들의 실적발표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한편 중요한 이슈 중 하나인 미 금리인상에 대해서는 시장(이코노미스트 컨센서스(Bloomberg 서베이 기준) 등)에서는 25bp 의 인상을 전망하고 있다. 금리선물 역시 25bp 인상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해 형성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FOMC 회의 10여일전에 열리는 연준리 베이지북(28일)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달 말 이후 발표된 미국 경제지표들은 부진했다. 미국 5월 내구재주문이 전월비 1.6% 감소세를 보인 것을 시작으로 6월 ISM제조업지수, 산업생산, 소매판매 등 경제지표 등이 둔화세를 보였다. 6월 신규고용은 월가 예상치인 25만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1만2000건에 그쳤다.
한요섭 대우증권 연구원은 "그린스펀 미 FRB 의장은 이같은 둔화를 일시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는데 시장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다음주에 예정된 경제지표들이 이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적으로는 26일의 하이닉스 실적발표, 29일의 6월 산업활동동향 등이 예정돼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의 김 연구원은 IT 섹터 중 상대적으로 하반기 이익모멘텀이 강한 것으로 평가되는 D램 업황과 관련해하이닉스의 실적이 시장에 어떤 시사점을 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기업지배구조의 불투명성과 관련해 구설수에 올랐던 SK그룹의 2개사,SKSK텔레콤의 IR도 관심의 대상이다.
<다음주 주요 일정, 美 일정은 현지시간 기준 >
월 : 미 6월 기존주택판매
화: US스틸, LSI로직 실적발표, 미 7월 소비자신뢰지수, 6월 신규주택판매
수 : 미 6월 내구재주문
목 : KLA텐코 실적발표, 주간 신규실업수당 신청건수
금 : 2분기 GDP잠정치, 7월 미시건대 서베이지수(확정치), 7월 시카고 PMI
(자료제공:대우증권)
다시 높아진 배당주에 대한 관심
이날 약세장의 좋은 투자처는 뭐니뭐니해도 배당투자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잇달았다. 국내 증권사들의 경우 외국인의 순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는 시총 상위 배당주에 주목할 것을 권했다.
배당수익이 높은 섹터는 기초산업재주와 유틸리티주 등. 대우증권은 올해 5% 이상의 배당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종목으로 KT(8.06%), 포스코(5.77%), SK텔레콤(6.44%), 한국전력(6.17%),KT&G(6.12%), 한국가스공사(6.622%), LG석유화학(7.2%) 등을 들었다.한진해운, 기아차, 부산은행, 대구은행 등도 배당수익률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외국계 증권사의 경우, 모간스탠리와 씨티은행 스미스바니, CSFB증권, 메릴린치 등이 최근 보고서를 통해 국내증시 저평가로 하락 리스크가 제한적인 가운데 배당금이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계 잇단 배당투자 권고..약세장 대안, 오후 3시15분 표출 기사 참조)
굿모닝신한증권의 김 연구원은 "다음주는 급격한 가격조정에서 기간조정으로 변화하는 가운데 지루한 시간과의 싸움이 전개될 것"이라며 "방어적 성격에 여름철 강세라는 독특한 계절성을 가지고 있는 배당관련주에 관심을 가지는 선에서 대처하는 것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