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거대담론의 중요성

[시평]거대담론의 중요성

최공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04.09.16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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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거대담론의 중요성

일각에서 거듭 강조되고 있는 미시적 접근의 중요성은 과거 고도성장기에 주로 활용되었던 거시수단의 효율성이 저하된 데 기인한다. 시계추의 변동과 같은 급격한 환경변화속에서 다양한 로드맵이 재론되다보면 미시적 측면이 강조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예로 기업가의 정신이 강조되고 있으나 수익이 창출되려면 필요한 여러 가지 장치가 구비되어야 한다.

  

세계화속에서 이러한 기반확보 유무는 국가적 경쟁의 성패를 좌우한다. 그러나 우리경제는 위기를 거치면서 손발 없는 기형적 구도로 변모하고 있다. 극도의 위험기피와 인위적 시장작동의 틈바구니는 피상적 안전장치로 메워지고 있다. 고용기반이 약화되고 사회안전망의 필요는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언제까지 보증이나 정책으로 경제체제의 왜곡을 방치할 것인가? 왜 패러다임의 전환을 위한 정치적 욕구가 경제부문에서는 차단되는 것일까?

 

도도한 변화의 추세하에서 거의 모든 사회적 토대가 재검증되고 있는 마당에 미시적 효율성 추구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기술과 역량은 있는데 활용할 곳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분명한 사실은 패러다임이라는 큰 틀하에서 발견되는 문제점들을 극복해야만 미시적 효율성이라는 소기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우리 경제를 둘러싼 논의의 상당부분은 미시와 거시적 접근의 양분적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작 강조되어야 할 경쟁기반의 조성보다는 비현실적 로드맵이나 주어진 여건과 상충을 보일 수 밖에 없는 미시적 개선요구만 강조되고 있다.

  

실행계획을 준비하고 추진하는 주체들은 과부하 상태에서 신음할 수 밖에 없으며 단기실적 위주의 드라이브로 미래의 잠재적 조정부담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기본 구도상 문제가 시정되지 않은 상황하에서 시장 안정에 필요한 비용은 점차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이 모든 공전현상은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구현할 수 있는 시장기능이 변속장치없이 구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계정이 개방된 상태에서 변속장치 없이는 경기진폭을 관리할 수도 없고 속도조절도 불가능하다. 문제시 되고 있는 성장활력의 소진은 이러한 여건하에서 각 경제주체들이 자신을 보호하려는 노력에 기인한다.  

 

예측가능한 시뮬레이션조차 불가능한 여건하에서 당장의 안정을 위한 의사(pseudo)네트워킹만 강조될 뿐이고 정작 제기능을 해야 할 기관이나 인력은 잘못된 구도를 연장하는데 활용되고 있다.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노력자체가 이미 감당하기 어려워진 패러다임전환의 부담하에서 거대담론의 포장에 싸여 사장되고 있다. 최종 부담은 결국 납세자들의 몫이다.

 

적어도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결정과정에서 최고수준의 경쟁력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관을 구축하고 제도를 운영하여야 한다. 경제적 예속을 부추기고 시장의 평가를 왜곡시키는 묵시적 보증이나 각종 형태의 저당들을 제거하는 것이 혁신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당장의 시장안정을 댓가로 우리가 치러야 할 미래의 비용에 대해서도 객관적 분석이 강조되어야 한다. 정작 경제주체들의 행태에 관한 투명성은 강조되면서 결정과정의 예측가능성이나 일관성을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은 분명 최종 정책수요자의 요구를 무시한 결과이다.

 

거대담론의 현실은 패러다임상의 근본적 문제를 시정하지 않고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는 냉엄한 여건의 반영이다. 즉, 헛도는 논쟁의 이면에는 독선적 기득권의 유지라는 엄연한 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가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데 있어 전략적 접근없이는 껍데기만 계속해서 바뀔 뿐 내용면에서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와중에서 해외자본의 역할은 점차 커질 수 밖에 없다. 적어도 국익증진이 공공의 목표라면 현 여건에 가장 적합한 패러다임이 정착할 수 있도록 경제부문에서도 지배구조상의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큰 틀은 놔두고 미시적 개선만 요구한 결과가 현재의 채무과잉상태와 자금의 단기부동화, 과도한 실물자산 선호, 자본시장의 미발달, 환율안정을 위한 지나친 비용지출로 나타나고 있다.

 

위기 이후 7년의 기간 동안 위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만큼 시장이 균형있게 작동할 수 있는 여건을 형성하는데 있어 필요한 변화가 이제 시장내부에서부터 감지되어야 한다. 거대담론의 이면은 바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놔두고 지엽적인 문제부터 다루려는 반시장적 마인드에서 출발한다. 기업가 정신이 존중되면서 국가적 역량발휘를 극대화하기 위해 필요한 “거대담론”은 미시적 효율성 추구를 위해서라도 활성화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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