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흔들리는 '기업 생태계'
최근 보도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작년 한 해 동안 아이가 한 명도 태어나지 않은 읍면동이 전국적으로 8곳이고 이 같은 무출산지역은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적으로 저출산 기준으로 삼는 연간 출생신고건수 100명 미만 지역도 2001년의 1819지역(전체의 50%)에서 작년에는 2056지역(전체의 55%)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숫자가 줄어들면서 작년 한 해 총 신생아 수는 49만3500명으로 1970년 통계 집계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저출산 추세에다가 경제까지 어려워지다 보니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세대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존재하는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인적자본의 크기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나라의 앞날이 심히 걱정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걱정되는 분야가 또 있다 바로 기업부문이다. 기업의 생태계에서 선순환 구조의 정착은 매우 중요하다. 1960년대 거의 아무것도 없던 불모지에 많은 새로운 기업이 태어났고 이들이 70년대와 80년대를 거치면서 자라고 성숙하고 발전하여 지금 우리나라경제를 책임지는 중견기업으로, 대기업으로 성장한 것을 보면 참으로 대견하다.
우리 경제가 40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이처럼 엄청난 규모로 성장을 한 데는 이처럼 건전한 기업 생태계의 작동메커니즘이 큰 역할을 했다. 지금의 대기업 중견기업들도 태어날 때는 모두 중소기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시점에도 많은 기업들이 태어나고 자라가야만 앞으로 우리 경제가 더욱 발전할 수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지금 우리 경제에는 이러한 선순환 구조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새로 태어나는 기업의 숫자가 줄고 있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신설법인 수는 2000년 4만1460개에서 2003년에는 3만3497개로 3년 만에 19.2%나 감소했다.
그뿐인가? 국내 제조업체들의 고정자산은 1999년 392조원에서 2003년 344조원으로 4년간 48조원이나 감소했고, 기계장치자산은 무려 17.4%나 감소했다. 기업출산율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기존기업에 대한 신규투자도 줄어들고 있다. 자녀 출산을 줄이면서 있는 자녀에 대한 투자비마저 줄이는 식의 이중적 감축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신생아 출산율이 줄어드는 이유를 대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애 키우기가 힘들어서 라고 대답한다. 신설법인이 줄어드는 이유도 비슷하다. 규제는 심하고 땅값은 비싸고 임금은 높고 세금도 높고 게다가 OECD최고 수준의 반기업정서까지 감안하면 새로운 기업을 만들어 키워나가기는커녕 있는 기업 유지하는 것조차 버거울 지경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것은 미래에 대한 기대이다. 지금 좀 어려워도 앞으로 잘되리라는 희망만 있다면 애들도 더 낳을 수 있고 기업도 더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희망이 사라지게 되면 신생아와 신생기업은 알아서 줄어든다. 정말 걱정되는 것은 지금 우리경제에 나타고 있는 광범위한 저출산 현상이 미래에 대한 희망의 부재와 불확실성의 증대에 대한 반증이라는 점이다.
이제 대통령을 포함한 범여권은 서슬퍼런 개혁의 이미지만이 아닌 희망과 화합의 메시지를 통해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보다 나은 미래에 대한 기대를 제고시켜야 한다. 과거사 규명과 보안법 폐지 같은 정책은 결코 국민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지 못한다.
투쟁과 편가르기는 일시적인 에너지를 제공할 수는 있어도 영속적 에너지를 제공하지는 못한다. 국민화합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줄 수 있는 전략이 제시되어야만 국가발전을 위한 지속적 에너지가 창출되고 우리의 경제가 다시 한번 도약하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바른생활을 위한 시민회의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