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지도를 잃어버린 경제팀

[시평]지도를 잃어버린 경제팀

유한수 바른경제연구회 회장
2004.10.14 13:04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시평]지도를 잃어버린 경제팀

참여정부는 한국의 미래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수백 개의 로드 맵을 만들었다고 자랑해왔다.

정치, 경제, 사회분야를 망라하는 방대한 로드 맵으로 체계적인 국정 운영이 가능해졌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지금 돌아가는 양상으로 판단컨대 여당이나 행정부 내 누구도 무슨 지도를 가지고 움직이는 것 같지 않다. 특히 경제분야의 경우 지도를 잃고 순전히 감각에 의존해서 산 속을 헤매는 것 같다.

 

지도가 있다면 방향감각이 있어야 하는데 현 경제팀은 경제를 내다보는 예측 능력이 너무 부족하다. 올 초부터 경기가 계속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들이 많았지만 경제부총리는 계속 하반기부터 경기가 호전될 것이라고 말해 왔다.

국내투자와 소비가 불황수준이고 유가도 급상승하는 마당에 무슨 근거로 하반기 회복설을 주장했을까. 좋게 보면 민심을 안정시키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는데 냉정하게 평가한다면 거짓말을 했거나 주먹구구식으로 전망했다는 것이다.

 

경제전망이 틀리면 정책방향도 틀릴 수 밖에 없다. 작년부터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이나 경기부양책은 전혀 약발이 듣지 않거나 부작용만 가져왔다. 작년에 발표된 10.29 부동산 종합대책은 집값을 잡는 정도를 지나 건설경기를 완전히 냉각시켰다. 올해 8월의 재건축 및 재개발 수주액이 작년 8월에 비해 94%나 감소한 것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지출 확대와 세금감면을 했지만 전혀 소비를 진작시키지 못하고 있다. 물가 때문에 금리를 더 내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재정지출 확대가 거의 유일한 대안이지만 정책의 파급경로를 잘못 짚은 것 같다. 감기약을 처방해야 할 환자(건설경기)는 전신마취를 시키고 수술을 해야 할 환자(경기부양)에겐 비타민 정도 처방한 것과 마찬가지 꼴이다. 결국 경기의 실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정책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 것은 관련 부처간 정책조율 미흡도 한 이유다. 금리정책을 놓고 재경부와 한은, 기업정책을 놓고 재경부와 공정위, 경기부양의 정도를 놓고 재경부와 대통령 자문위원회간의 갈등이 노출돼 왔다. 이런 상황은 어느 나라에서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부처간 갈등을 조율하라고 재경부 장관을 부총리로 보임한 것이며 총리실에 국무조정실이 있는 것이다. 정책조율이 잘 안된다면 시스템이 잘못 설계되었거나 부총리가 몸을 사리거나 부총리에게 주어진 로드 맵이 잘못 그려진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경제 팀은 지도만 잘 읽어서는 안된다. 경제가 국정의 최우선 과제라는걸 대통령에게 인식시켜야 한다. 지금 대통령은 과거사 청산, 보안법폐지 등에 올인하고 있다. 왜 그럴까. 노 대통령은 "올 성장률이 5%라면 OECD국가 중 최고인데 국민들이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경제전문가가 아닌 대통령이 이렇게 말했다면 누군가 대통령에게 그런 논리를 제공했다고 보아야 한다. 정치지도자란 원래 솔깃한 이야기에 귀를 귀울이는 법이다. 이런 점에서 대통령이 듣고 싶은 어젠다를 개발하지 못한 것은 경제팀의 잘못이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경제팀이 국가적으로 헛돈을 쓰는 걸 막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참여정부의 큰 구상 중 하나는 우리나라를 동북아의 중심국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말이 동북아이지 중국의 북부, 우리나라, 일본, 러시아의 연해주 등을 포함하면 엄청나게 넓은 지역이다.

이 넓은 지역과 비교하면 서울과 대전 사이는 거의 같은 구역이다. 그런데 이제 지역균형발전을 이룬다면서 수십조원을 들여 수도를 대전 근처로 옮긴다니 망원경으로 큰 세상을 봐야 할 시점에 현미경을 들여다보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우리나라의 대표기업들이 선전해서 수출로 그럭저럭 버티고 있는게 현실이다. 노 대통령도 최근 해외순방을 하면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에 감탄한 바 있다. 그러나 해외에서 잘한다고 칭찬하기 보다 국내에서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겠다고 발목을 잡지 않는게 중요하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프레스콧 교수는 국민의 기대와 어긋나는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는 이론을 개발해낸 분이다. 그의 이론은 우리 현실을 너무 잘 설명하고 있다. 프레스콧 교수에게 새 로드 맵을 그려달라고 부탁하는게 좋을 듯 싶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