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교육이 망하면 경제도 추락한다

[시평]교육이 망하면 경제도 추락한다

이상빈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2004.10.21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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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교육이 망하면 경제도 추락한다

 향후 경제성장의 밑그림이 되는 부처는 어디일까? 경제를 총괄하는 재정경제부일까? 아니면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부일까? 답은 아마 후자일 것 같다. 왜냐하면 지식사회에서는 인적자본의 중요성이 물적 자본에 비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지금 교교등급제 및 사학법 개정에 관한 논란 등으로 우리나라 교육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교교평준화로 촉발된 우리나라의 교육문제는 지금까지 수면 밑에 잠복해 있었지만 이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대학교 경영학과 학생들에게 3가지 난해한 과목을 들라고 하면 재무관리, 재무회계 그리고 선물·옵션론을 꼽는다. 전자의 두 과목은 필수이고 선물·옵션론은 선택이다. 선물·옵션론은 어려운 과목이지만 학생들이 금융기관 취업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를 수강하고 있다.

 과거 10년 동안 선물·옵션론을 담당해 왔다. 매년 가르치는 내용을 조금씩 줄여 왔지만 올해에는 과거에 비해 거의 30∼40%정도 내용을 줄일 수 밖에 없었다. 그만큼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저하돼 진도를 예년과 같이 나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대학교 교실에서 느끼는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력저하는 이제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이 모두가 자율경쟁 보다 도토리 키로 획일화하려는 어설픈 평준화의 산물이다.

 개정 사학법의 맹점은 개방형 이사제의 도입이다. 개방형 이사는 사학경영의 투명성 확보 내지는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필요하다고 개정론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아마 개정론자들은 개방형 이사제를 상장기업의 사외이사제도로 간주하는 것 같다. 상장기업의 소액주주들을 대주주의 횡포로부터 방지하고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도입된 제도가 바로 사외이사제도다. 사외이사제도의 공과를 차치하고라도 사외이사와 개방형 이사는 본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제도이다.

 사외이사는 기업의 주인인 주주들에 의해 선출되는데 반해 개방형이사는 사학의 구성원인 교사나 학부모에 의해 선출되기 때문이다. 재단의 출연재산에 일전 한 푼도 기여하지 않는 교사나 학부모가 재단경영에 간여하는 것은 사유재산제의 근간을 흔드는 발상이다. 독지가가 사유재산을 출연해 사학재단을 설립하면 재산은 이미 사유재산이 아니라 학교재단의 재산이다.

 그러나 독지가에게 일정한 권한을 부여하지 않으면 앞으로 독지가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 시장경제의 원리이다. 독지가는 자신의 교육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사학재단을 설립하지, 무리를 지어 자신의 이념을 강요하는 교사나 학부모의 이념 전파를 위해 자신의 재산이 사용돼는 것을 결코 바라고 있지는 않다. 참교육의 목표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견해를 소개하는 것이지, 자신들의 이념을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견해 중에서 취사선택하는 것은 학생들의 몫으로 남겨 둬야 한다.

 대학의 80% 그리고 전문대의 90%가 사립학교다. 고등교육이라는 국가의 막중대사를 떠맡고 있는 사학을 격려는 못해 줄 만정 빈대 한 마리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는 식의 사학법 개정으로 보답해서는 아니 된다. 지금 우리 사회는 남이 차려 놓은 밥상을 노력 없이 독차지 하려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 노동자는 회사가 망하면 고통이 따르겠지만 이를 기업주에 비길 수는 없다. 기업주는 회사가 망하면 자기 자신의 인생도 함께 망하기 때문이다. 재단의 경영에 교사나 학부모가 간여하는 것은 남이 키워 논 파이에 자기 몫을 주장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지금 세계 경제는 30년 만의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중국경제의 부상으로 세계 경제는 인플레가 없는 고도성장을 만끽하고 있다. 세계 경제는 지금 평균 5%대의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유독 우리나라만이 IMF 위기에 버금가는 경제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모두 남이 파이를 키우기만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의 3대 키워드는 혁신, 상생 그리고 균형발전이다. 이와 같이 참여정부는 혁신을 중시하지만 일부 시민단체들은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고 있어 기업가 정신이 위축되고 있다. 혁신의 추체인 기업가 정신이 실종되니까 한국경제의 역동성도 상실되고 있다. 이제 여기에 더해 고등교육의 주체인 사학의 몰락이 예견되고 있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하지만 우리에게 꿈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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