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환율하락은 왜 악재인가
27일 종합주가지수가 반등 하루만에 다시 하락마감했다. 전날 상승폭도 이날 하락폭도 크지 않아 상황을 가늠하기 어렵다. 신중론자도 강세론자도 마음을 졸이긴 매한가지. 장종가는 전날보다 3.79포인트 내린 809.91로 마감했다. IT주 낙폭이 컸고, 소재주는 상대적으로 강했다. 국민은행은 외국인 매도에 2% 이상 하락했다. 한편 원/달러 환율은 1120원대로 내려가면서 새로운 악재로 등장했다.
'확신하기 어려운 시장'이라는 점에서 최근 장세는 수급이나 어떤 호재 보다 심리가 앞서는 장세가 아닌가 한다. 지수가 3일째 810선에서 지지부진하면서 하락을 점치는 쪽에서는 '베어마켓랠리가 끝났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5일선과 60일선이 816에 걸쳐 있는데 여기 저항에 자꾸 부딪치고 있어 힘이 남아 있지 않다는 분석이다. 외국인도 별로 살 것 같지 않고 프로그램 매수는 기대되지만 프로그램 매수로 인한 반등은 이미 겪어봤듯 한계가 있다.
한가지 반가운 소식이 있긴 하다. 외국인이 14거래일만에 소폭이나마 순매수로 돌아섰다. 이날 60억원을 순매수했는데 신중진영이나 강세진영이나 공히 급매물은 일단락됐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신중론자, 랠리는 끝났고 조정은 남았다
이영원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은 충분히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매도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매수할 것이라는 기대는 아직 집중적으로 사는 업종이 나타나고 있지 않아 너무 섣부르다"고 밝혔다. 다음달 2일 미국 대선도 남아있고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도 진행중인 만큼 좀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이 팀장은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의 지수 흐름을 베어마켓랠리로 보고 있다. 고점은 이달초 나타난 890선대이며, 이후 조정을 보이고 있는데 아직 랠리 후 나타나는 조정이 다 끝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추가적으로 더 내릴 수 있다는 의미니까 800선 아래도 각오하고 있는 것이다.
조용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기추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탄력적인 반등이 나타나야 한다"며 "그런데 최근 소재가격 불안이나 외국인 수급을 감안하면 강한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중국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고 있는데다가 중국 금리인상 등 추가긴축정책 실시 여부도 낙관하긴 이르다. IT주가 업황 둔화의 우려를 받는 가운데 소재주를 비롯한 비 IT주 탄력 둔화는 좀 더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강세론자, 시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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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김병록 키움닷컴증권 책임연구원은 이제까지의 악재는 기존 악재들이 재탕, 삼탕된 것들인 만큼 시장은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심리가 문제인데, 악재는 다 반영됐고 앞으로는 불확실성 해소라는 측면에서 반등을 모색하기 적당한 시점이라는 입장이다.
김 연구원은 "유가는 50달러대에서 고점징후를 보이고 있는데, 60달러 아래이기만 하다면 실질적으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며 "3분기 기업 실적 둔화는 거의 반영된데다 발표도 절정을 넘었고 중국 경착륙 우려도 3분기 GDP 성장률이 9.1%를 기록하면서 상당부분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 대선은 결과에 상관없이 시장이 불확실성 해소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 가운데 수급상으로도 나쁘지 않다고 김 연구원은 지적했다. 먼저 프로그램 매도인데, 최근 차익과 비차익을 통해 대규모 매도가 유입되며 매도차익잔고는 높아지고 매수차익잔고는 낮아졌다. 매수잔고는 이미 9월 만기 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매도차익잔고는 이날 기준으로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프로그램 매매는) 들어올 것만 남았고 나갈 여력은 별로 없다는 설명.
외국인 매도의 경우, 지난 8일 이후 전날까지 1조8000억원을 순매도해 급매물은 대부분 정리된 것으로 판단했다. 환율도 수출기업의 채산성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보다는 내수부양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지금은 하락보다 상승 가능성이 높다"며 "반전 시기는 미 대선이 끝나고 고용보고서가 나오는 11월 둘째주 정도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신동준 BIBR 이사는 "엔화강세로 수출에 도움이 되고 있고, 수급상 연기금 매수가 기대되며, 전세계적으로 반도체 수요가 확장국면을 맞고 있다는 숨겨진 호재가 있다"며 "특히 유가의 경우, 하락을 시작하기만 하면 크게 하락하면서 증시에 큰 호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유가가 고공비행을 하니 기업들이 석유수요를 줄이고 적극 대비하는 것이 과거 두차례에 걸친 오일쇼크때와 다른 점으로, 석유 수요가 더 늘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또 64비트 컴퓨팅 환경으로의 도래와 각종 모바일 기기의 확산으로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한 주가상승을 전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환율 하락이 악재인 이유
환율이 증시의 새로운 악재로 등장했다. 입장은 두가지로 갈린다. 물론 강세론자들은 환율 하락에 따른 내수진작,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 감소, 해외 자금 국내유입 등을 기대하고 있다. 반면 신중론자들은 수출 둔화를 걱정한다.
과거 달러 약세시 원화 절상속도가 수출 경쟁국인 일본의 엔화절상 속도에 비해 완만히 나타나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그런데 최근들어 원화절상 속도가 엔화절상 속도를 따라잡고 있다는 부분에 신중론자들은 방점을 찍었다.
김세중 동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의 하락은 수출 채산성 악화란 부정적 측면이 있지만 최근 유가상승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 압력을 줄이는 상쇄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여기서 달러 약세가 더 깊이 진행된다면 다소 충격일 수 있겠지만 국제 환율은 이제 미 대선 결과를 주시하는 기간으로 접어들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환율은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악재일 수밖에 없다. 급격한 환시장 변동을 증시가 싫어하는 것도 그 때문. 이상준 한화증권 연구원은 "경제 근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누구도 정확히 파악하긴 어렵겠지만 심리적 효과는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유가로 인한 소비심리의 위축이 걱정되는 상황에서 미 달러화 가치가 낮아지게 된다면 하락 빌미를 찾는 증시에 좋은 핑계거리가 될 수 있다. 이 연구원은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중국의 수요가 삐걱거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고유가와 기업들의 부정적 실적전망까지 얹어졌다"며 "증시가 모멘텀을 찾기 어려운 국면이라 환율문제는 방향을 잡기 위한 거리를 찾고 있는 시장에 무거운 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