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경기부양 '심리전부터'
작년 한 연말 모임에서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경제연구원의 연구위원 한분을 만나 2004년 경제에 대해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2004년도 경제성장률이 어느 정도 될 것 같으냐는 질문에 그 연구위원은 5.67%가 될 것 같다고 대답을 하였다. 왜 하필이면 5.67%냐고 되묻자 그 연구위원은 웃으면서 대답하였다.
2004년 성장률은 5.5%에서 6%사이가 될 것 같다고 예상되는데 자신이 근무하는 경제연구원이 건물 내에서 5층 6층 7층을 쓰고 있는 상황이라서 딱딱한 숫자에 유머를 섞는 의미에서 2004년 성장률을 5.67%로 얘기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되는 거냐고 한마디 하며 웃음이 오갔고 분위기는 따뜻했다. 2004년에는 상반기까지 조금 어렵다가 하반기부터는 수출의 호조세에 힘입어 경제가 뜨끈뜨끈 해질 것이라는 얘기를 들으며 이제 드디어 좀 나아지나보다 희망을 가졌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 다른 기관의 예측도 비슷했었다.
2004년이 저물어 가는 지금 그러나 그 예상은 빗나가고 있다. 수출이 호조를 보이리라는 전망은 정확했지만 성장률은 5.67%에는 턱없이 못 미칠 것 같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제 전망을 유보하고 그래서 성장률 예상치가 얼마가 나왔길래 전망을 유보하는가하는 궁금증을 자아낼 정도로 경제는 안 좋아지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로 우리 국민들은 확실히 변했다. 조금만 안 좋아지면 즉시 97년 98년을 떠올리면서 지갑을 닫는다. 소위 새가슴이 되어버린 것이다. 어떤 한파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몰아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하면서 내수가 급격히 감소한다.
이처럼 기본적으로 위축돼 있고 조마조마한 경제심리에 부동산시장위축, 수도이전 무산, 성매매특별법시행 등의 대내변수에 중국경기 긴축, 유가상승 등의 대외변수까지 합쳐지면서 연말 한국경제는 얼어붙고 있다.
산업생산증가율이 한자리 숫자가 되면서 이제 2005년에는 수출마저 정체되면서 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 같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모두가 집권여당만 쳐다보고 있는 요즈음 여당 실세인 총리는 국정운영 책임을 회피하고 정치쇼나 관람하라는 듯이 야당을 향한 공격을 퍼붓고 국회마저 파행을 겪으면서 민심은 동요하고 있다. 이렇게 나가다는 정말 큰일이다.
경제는 곧 심리다. 얼어붙은 소비심리 투자심리를 녹이려면 우선 집권층의 접근방법이 바뀌어야 한다. 야당을 안심시켜서 국회가 안정되고 제자리에 앉아서 머리 맞대고 국정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고, 대통령은 연일 경제현장을 찾아 경제우선방침을 천명하고 투자활성화를 유도하고, 이러한 안정된 모습을 토대로 정부가 새로운 정책 청사진을 내놓는 등 당·정·청이 일치단결된 조화로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처럼 치밀한 역할 분담 속에서 조화와 통일이 이루어져야 경제정책은 비로소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 심리를 안정시키지 못하면 어떠한 정책도 별 의미가 없다. 예를 들어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보안법 폐지 등 정국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정책은 차후로 미루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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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당이 아무리 괜찮다고 얘기해도 법 폐지로 인해 국가안보가 느슨해질 것 같다는 인식이 불식되지 않는 한 이러한 정책은 필연적으로 경제심리를 위축시키고 경제부양정책의 효과를 반감 시켜버린다.
제대로 된 경제부양효과를 기대하려면 우선 심리전부터 펼쳐야 한다. 심리전이 선행되지 않은 어떠한 정책도 성공할 수 없다. 적어도 정부정책과 관련한 불확실성은 확실하게 제거되고 그래서 다음해 성장률이 예측가능하고 그리고 그 예측치가 맞아떨어질 수 있는 그런 분위기가 하루바삐 정착되기를 기대해본다. /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