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투기자본 감시하려면
정확한 정보없이는 적절한 사회적 감시, 정책적 규제는 태생적으로 불가능하다. 한국 사회에서 투기자본의 횡포를 감시하려고 해도 언론에 보도된 정도가 전부다. 투기자본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증시에서 기업의 모든 중요 계약 자체가 공개되고, 일반 대중들이 그것을 공개적으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내 상장회사에 대한 공시시스템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예를들어 뉴브릿지가 제일은행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조건을 알기 위해서는 인수계약서 및 주주간 협약서를 볼 수 있어야하나 이런 계약들은 공개적으로 이용할 수 없다. 미국시스템에서는 이용 가능한 것을 무엇 때문에 우리는 하지 않고 있는지 의문이다.
미국에서 상장기업들은 정관, 주주들의 권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타 계약, 인수 및 합병계약서, 라이센스계약서 및 회사영업에 중요한 모든 계약서들을 증권거래위원회(SEC)를 통해 공개해야한다. 또한 스톡옵션, 경영진 성과급과 관련된 계약서들도 공개해야한다. 이때문에 한국에서는 일반투자자는 투자에 필수적인 정보마저 얻을 수 없는 막막한 상태에 있다. 그러나 투기자본과 같은 집단은 투자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정보의 불균형으로 인해 감정적 대립, 헤아릴 수 없는 불신이 야기되고 있지만 정부는 내몰라라 방치하고 있다. 그것이 극명하게 나타나는 곳은 주주총회다. 인터넷 등으로 정보통신이 첨단에 이른 지금에도 우리나라 주주총회는 1950년대식 구닥다리다. 미국의 경우 경영진은 주총에서의 투표사항, 경영진의 추천에 따를 때 왜 주주에게 최대 이익이 되는가를 서면으로 자세히 설명해줘야한다.회사 매각이나 합병이 안건이 될 경우에도 경영진은 자문사와 구매자와의 접촉은 어떻게 이뤄졌으며 또 무슨 이유 때문에 최종 선택이 이루어졌는지, 다른 대안은 없었는지 등을 상세히 설명해야한다. 그리고 미국에서 이 정보는 모두 공개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론스타에게 외환은행을 매각한 것에서 잘 드러나듯 이러한 정보가 공개된 적이 한번도 없다. 따라서 매각과정에서 정부 및 경영진의 과오가 있었다해도 다른 기업에서 똑같은 실수가 되풀이되는 것조차 막을 수 없다.
정부가 수집한 정보의 공개도 중요하다. 미국에서 주요 정부기관은 정보자유법(the Freedom of Information Act)에 따라 시민의 알 권리를 위해 주요정보를 공개해야한다. 국가안보, 기업 영업비밀 및 사생활 침해 등 구체적으로 기재된 예외를 제외하고는 모든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영업비밀이 너무나도 포괄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영업과 관련된 어떠한 사항도 영업비밀이 될 수 있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보공개 못지않게 은행의 지배주주에 대한 감독도 강화돼야한다. 미국이었다면 론스타와 같은 펀드는 은행을 인수할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은행을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곳이 있으면 감독관청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눈을 부라리며 용의자 몸수색하듯 결격사유가 없는지 모조리 뒤져보기 때문이다. 그만큼 허가가 까다롭고 그것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신청인이 은행업무에 방대한 경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론스타가 그러한 경험을 가지고 있을리 만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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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은행 소유자에 대해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는 것은 은행은 예금보험과 같은 국가적 지원 하에 국민들의 자금이 투입된 공적인 조직으로 원칙적으로 개인의 소유물로 볼 수 없다는 판단때문이다. 만약 론스타가 미국에서 상업은행을 인수하려 할 경우 모든 계열사의 재무상태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제출하고, 계열사의 거래가 은행업무에 어떤 위험을 주게 될지 상세히 감사받아야 한다. 당연히 자기 정보의 공개를 꺼리는 펀드들은 그러한 위험을 감수하고 은행을 인수할 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