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될 때까지 하는 정신
미국의 대선은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재선으로 막을 내렸다. 결과는 부시 대통령이 300만표 이상 이겼는데 투표일 직전까지는 초 박빙이었다. 존 케리를 지지했던 미국인들은 크게 실망했지만 그들은 알고 있다. 케리 후보는 다음 선거에 절대로 다시 나서지 않을 것이다. 한번 심판을 받은 사람은 깨끗이 물러나는게 미국의 전통이다.
억울하기로는 케리 보다 고어가 더하다. 선거인단이 아닌 일반 투표에서는 부시 대통령 보다 표를 더 얻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미 결론이 난 사실을 가지고 미국을 분열시키고 싶지 않다"며 물러섰다. 작년에 고어가 한번 더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많았다. 그러나 그는 "내가 다시 나서면 나와 부시 대통령간의 한 풀이 선거가 될 것이고 이것은 미국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역사는 앞으로 나가야 한다"며 출마를 거절했다.
우리의 경우는 이와 판이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4번이나 출마했다. 김영삼 전대통령도 3번, 이회창 전 후보와 윤보선 전대통령도 2번이나 출마했다.
한국의 대기업을 연구하는 외국의 전문가들은 한국기업의 장점 중 하나로 실패가 있더라도 될 때까지 해보는 끈질긴 정신을 든다. 이런 풍토 때문에 대통령 출마도 될 때까지 하는지 모르겠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헌재의 위헌 판결에도 불구하고 다시 충청권에 행정특별시를 만드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될 때까지 해보겠다는 것 같다. 헌재의 판결문에 청와대와 국회가 있는 곳이 수도라고 했으니 청와대와 국회만 빼고 모두 옮겨가면 "위헌은 아니다"는 논리다. 좋게 보면 국민과의 약속을 꼭 지키겠다는 정신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노대통령이 후보시절 약속한 것은 행정수도 이전만이 아니다. 당시 노후보는 집권하면 매년 평균 7%를 성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잠재성장율이 5%인데 어떻게 7% 성장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노후보는 "이회창 후보가 6%를 성장시킨다고 했는데 나는 더 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전혀 과학적인 답변은 아니었지만 성장을 중시한다는 주장으로 생각되어 반가웠다.
그러나 노대통령은 최근 한 라디오 프로에 나와서 살기가 너무 어렵다는 주부들을 향해 "우리나라는 절대 망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매년 7%씩 성장시킬 자신이 있다던 분이 이제 와서 "망하지는 않을 것이다"고 말하면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다. 최고지도자가 "망한다"는 발언을 하면 섬뜩해진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형 뉴딜 정책은 분명 미국의 뉴딜 정책에서 아이디어를 빌린 것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미국의 뉴딜정책은 나라가 망할 지경인 대공황 때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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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정부에서는 우리경제도 지금 거의 망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것일까. 행정수도 이전은 될 때까지 해보겠다면서 7% 성장 약속은 왜 될 때까지 못하는 것일까. 우리경제가 매년 7%씩 성장하면 충청권 주민들은 행정수도 이전을 하지 않더라도 모두 기뻐할 것이다.
우리와 같은 핏줄을 나눈 북한도 비슷하다. 핵무기를 가지고 미국과 갈 때까지 가보자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 이해찬총리도 갈 때까지 가서 사과를 했다. 종합부동산세가 도입되어 부동산 시장이 뒤숭숭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조세저항이든 이중과세라고 헌법소원이 나오든 확실한 장애가 나오기 전까지는 그대로 밀어붙일 것이다. 될 때까지 하지 않으면 우리 정부가 아니다.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이나 LG는 이제 세계적인 기업이다. 중동과 인도시장을 휩쓰는 것은 물론 아프리카에서도 성공사례를 전수해달라는 요청이 온다. 노대통령도 해외순방중 "기업이 국가대표"라고 칭찬을 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다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우리기업들이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계좌도 추적해보아야 하고 지배구조도 아직 미흡하다는 것이다. 도대체 소니사도 벤치마킹을 하겠다는 기업을 누가 이렇게 들볶는가.
자신들이 알고 있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우리기업들이 완전히 받아 들일 때까지 해보겠다는 것 같다. 될 때까지 하는 정신? 이제는 우리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