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한국경제 무엇이 문제인가?

[시평]한국경제 무엇이 문제인가?

이상빈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2004.11.18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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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한국경제 무엇이 문제인가?

한국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에 빨간 불이 켜지고 있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가 원화강세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의 성장엔진은 식은 지 이미 오래 되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투자가 살아 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과거에는 정부가 은행을 통해 자원을 배분하고 기업을 이끌어 갔기 때문에 기업이 부담하는 위험이 줄어들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와 같은 형태의 경제운용방식은 용도폐기 되었고 그렇다고 하여 이를 대신할 시장친화적인 경제운용 틀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침체의 원인은 IMF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잉태되었다. IMF 위기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촉발된 것이 아니라 정부의 무분별한 자본사장개방 때문에 야기된 단기외채의 급증에서 비롯되었다.

IMF위기는 유동성관리를 소홀히 한 일종의 흑자도산이지 부채가 자산을 초과한 파산이 아니다. 이는 IMF위기를 극복한 것이 고금리로 대표되는 긴축적 통화정책 보다는 유효수요를 확장하는 케인즈 식의 경제운용방식에 의해 단기간에 극복되었다는 점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지만 IMF위기를 우리경제의 심각한 구조적 요인에 의해 촉발되었다고 주장하는 소위 개혁론자들은 이를 치유하기 위해 영미식 제도를 단시일 내에 도입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로 인해 우리경제의 고유한 성장모델이 파괴되었을 뿐만 아니라 개혁론자들이 도입한 영미식 제도도 심각한 후유증을 보이고 있다.

 

재벌들이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고 내부거래를 통해 계열기업을 지원하는 행위는 공정거래차원에서 금지하여야 한다는 것이 개혁론자들의 주장이다. 각 기업이 독립경영을 하는 것이 소수주주를 보호한다고 하나 소수주주 중에는 상호의존적인 경영을 통해 위험을 분산시키는 경영행태를 선호할 수도 있다.

지금 우리를 먹여 살리고 있는 반도체는 현재와 같이 철저하게 독립경영을 추구하면 결코 탄생될 수 없었다. 돌이켜 보면 재벌의 부채비율축소, 빅딜, 워크아웃 그리고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일련의 조치들이 모두 기업의 활력을 줄이는 역할만 하였지 기업의 성장동력에 보탬이 되지 못 하였다.

 

미국 S&P500에 속하는 기업의 35%가 가족중심경영형태를 취하고 있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다고 하여 경영의 효율이 높아진다는 실증연구와 더불어 그렇지 않다는 실증연구도 보고되고 있다. 주식투자에서는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주장에 대해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없다.

분산투자라는 개념에 대해 이미 노벨경제학상이 수여되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분산투자가 바로 재벌들의 사업다각화이다. 기업은 독립기업으로 존재하여야 하고 독립기업은 한 가지 사업에만 몰두하여야 영속할 수 있다는 것은 하나의 가설이지 시장에 의해 검증된 진리가 아니다.

 

현실이 이러하지만 우리의 개혁론자들은 영미식 제도만이 유일한 선이라고 믿고 있다. 이러한 개혁론자들 때문에 우리의 주요기업들은 이미 외국투자가들의 손에 넘어 갔고 지금도 우리 기업들은 적대적 인수합병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금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기업에게 가해지는 압력 때문에 기업의 창조적 파괴활동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마치 일반시민이 없는 시민단체가 횡횡하듯이 기업이 말살된 한국경제가 도래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공정시장이라는 미명하에 지금도 출자총액제도가 존재하고 내년에는 집단소송제마저 시행될 예정이다. 집단소송제를 채택한 유일한 국가인 미국에서도 이의 폐단이 거론되고 있는 마당에 이를 시행하고자 하는 것은 지나친 이상론으로 볼 수밖에 없다.

 

죄가 밉지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는 속언이 있다. 기업주를 미워할 수는 있지만 재벌이라는 거대기업은 우리의 자산이다. IMF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재벌이 속죄양이 되어 된서리를 맞았다. 이러한 재벌을 대신하기 위해 벤처를 대폭 지원하였지만 코스닥이라는 건국 이래 최대의 투기판만 벌리는 꼴로 마무리가 되었다. 이의 후유증은 두고두고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공정경쟁 또는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이유로 기업들에 가해진 각종 족쇄를 과감하게 푸는 것이 우리 경제를 살리는 첫걸음이다. 시장의 흐름에 뒤처지는 기업은 시장에 의해 응징을 받기 때문에 기업은 매일 매일 변화와 개혁의 벼랑 끝에 서 있을 수밖에 없다. 시장을 대신하겠다는 무모한 개혁론자들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때 우리의 기업들은 다시 경제성장의 주역으로 등장할 수 있고 이것이 한국경제가 살아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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