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인트]외국인이 심상치 않다
시장이 쉽지 않다. 내년에는 국내 수급 개선과 내년 하반기 이후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강세장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러나 오랫동안 시장을 지켜봤던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 대표들 가운데 신중론으로 선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24일 증시는 올 10월 이후 4번째 890 안착 시도에 완전히 실패한 후 전날 종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 힘은 느껴지지 않는다. 외국인이 현물시장에서 소폭 순매수를 보이다 순매도로 돌아서면서 보합권 버티기도 힘겨워 보인다. 그나마 외국인이 선물시장에서 매수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다행이지만 전날처럼 언제 순매도로 돌변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원복 우리투신 주식운용팀장은 "외국인이 시장에 별다른 개입을 안하고 있어 시장에 방향성이 없다"며 "투자자들이 지수를 예측하지 않고 종목별로만 그것도 기술적으로 대응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많이 오른 종목은 팔고 덜 오른 종목은 사는 식의 매매를 하고 있을 뿐이란 지적이다.
샀다 좀 오르면 팔고 다른 종목으로 옮겨가는 식이니 어제 올랐던 종목이 오늘은 큰 폭으로 하락하는 현상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 종합지수는 좁은 박스권에 갇혀 있는 가운데 종목별로는 일일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 뚜렷한 추세가 없이 종목별 등락이 심하다 보니 펀드 운용은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렵다.
더 큰 문제는 배당기산일(28일) 이후 수급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내년 증시의 수급 개선을 이유로 장을 낙관하고 있지만 오히려 배당락일 이후 내년 전반적으로 올해에 비해 수급이 안 좋을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 자산운용사 A 대표는 "내년에는 외국인도 한국 시장에서 많이 사지 않을 것 같고 국내 수급도 올해에 비해 크게 좋아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첫째,외국인이 심상치 않다. 김세중 동원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IMF 위기 이후 외국인이 4분기에 국내 시장에서 순매도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지난주부터는 매도가 마무리되고 간혹 순매수도 나타나 외국인의 태도가 시장 중립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A 대표는 "사실상은 외국인 매도가 지속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차잔고가 줄어들고 있는데 외국인의 순매수가 거의 없다는 사실은 뮤추얼펀드 매니저,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이 한국 주식을 계속 팔고 있다는 의미라는 지적이다. 대차잔고가 줄어든다는 것은 공매도할 목적으로 주식을 빌렸던 사람들이 주식을 갚고 있다는 뜻이다. 즉, 주식을 빌려 매도했다가 다시 매수해서 갚고 있다는 의미. 대주했던 사람들은 배당금 계산이 어려워 통상 배당기산일 전에 빌렸던 주식을 갚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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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대표는 "대주는 주로 외국인이 하고 있기 때문에 대차잔고가 줄고 있다는 것은 외국인이 팔았던 주식을 되사서 주식을 갚고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외국인이 대주했던 주식을 갚기 위해 사고 있는데도 거래소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가 미미하다는 것은 뮤추얼펀드 매니저들이 팔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28일 이후 숏 커버링(빌려 팔았던 주식을 되사서 갚는 것)이 줄어들 때 외국인이 다시 순매도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A 대표는 "해외 뮤추얼펀드에 자금이 많이 들어오긴 하지만 외국인이 아시아 시장에서도 유독 한국 주식은 거의 사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많이 샀던 것은 주식도 저평가돼 있지만 원화가 큰 폭 저평가돼 있어 환차익까지 염두에 뒀던 것으로 보인다"며 "원화가 적정 수준으로 절상되자 증시 전망만으로는 한국에 별 매력을 못 느끼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외국인은 지난해 12월에는 거래소시장에서 1조576억원을 순매수했으나 올 12월에는 전날(23일)까지 1조733억원을 순매도했다. 아울러 A 대표는 내년에도 외국인이 국내 시장에서 별로 많이 매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시아에서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제일 낮은 수준인데다 기업 수익성도 크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내년 5월께 MSCI지수내 대만 시장 반영 비율이 확대될 예정으로 있어 한국보다는 대만 주식을 사야할 형편이다.
둘째,국내 수급도 크게 기대하긴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연기금의 주식 투자 확대와 적립식 펀드를 이유로 국내 수급이 개선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개선이 하방경직성은 제공해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수를 끌어올릴 정도의 파워를 갖는 것은 아니다.
일단 적립식 펀드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지만 개인의 직접 투자가 줄고 있음을 감지해야 한다. A 대표는 "점점 더 개인의 직접 투자가 어려워지고 있어 개인이 시장을 떠나고 있다"며 "개인의 직접 투자가 줄면서 적립식 투자로 이전되고 있는 부분이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연기금의 주식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은 있지만 올해 국내 증시의 주요 매수세였던 기업들의 자사수 매입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올해는 삼성전자만 약 3조8000억원 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이외에 포스코와 KT&G 등 우량기업의 자사주 매입이 줄을 이었고 삼성전자가 SK 주식을 매수한 것과 같이 백기사 역할을 위해 상장사가 다른 기업의 주식을 사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 하락과 경기 둔화 등으로 내년에는 기업의 수익성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기업의 주식 매수 여력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내년 증시가 '매수 후 보유'만 하고 있어도 수익률이 '팍팍' 나는 강세장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올해와 마찬가지로 시장 등락을 잘 타고 종목을 잘 골라야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그런 장세일 가능성이 많다고 A 사장은 지적했다. 종합지수로 치자면 1000을 시도하는 수준이 될 것이란 의견.
단기적으로는프로그램 매도가 문제다. 외국인이 선물시장에서 순매수를 유지해준 덕분에 프로그램 매수가 꾸준히 유입되며 시장이 올라왔지만 배당락일 이후엔 프로그램 매수가 매물로 쏟아져나올 가능성이 높다.
또 외국인은 현재 선물을 약 2만계약 누적적으로 순매수했는데 이렇게 매수한데 비해서는 시장이 크게 오르지 못했다. 따라서 외국인이 선물시장에서도 순매도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시장에는 타격이 예상된다.
다만 적립식 펀드로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고 있고 모멘텀 투자가 줄고 가치 투자가 부상하고 있기 때문에 증시가 크게 하락할 가능성도 적다고 A 대표는 지적했다. 올해와 마찬가지로 저점이 유지 혹은 점차 올라오는 가운데 상승세 또한 제한된 장세가 펼쳐질 것이란 전망.
이채원 동원증권 자산운용본부 상무는 "항상 시장은 좋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시황에 관계없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종목을 찾는데 주력한다"며 "최근엔 매매를 좀 줄이고 내년에 대비해 경기에 민감하지 않은 독보적 기술이나 제품을 가진 종목을 고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내년에도 바이오주로서 제약주의 선전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 회복 기대감, 수급 개선 전망 등으로 현재 시장엔 낙관론이 우세하지만 전망했던 대로 시나리오가 흘러가지 않을 경우엔 낭패다. 따라서 보수적인 전망을 세우고 경기에 관계없이 이익이 늘어날만한 종목에 관심을 가지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