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인트]수급보다 중요한 것

[오늘의 포인트]수급보다 중요한 것

권성희 기자
2005.01.27 11:41

[오늘의 포인트]수급보다 중요한 것

요즘 주식시장에서 펀더멘털 가지고 얘기하면 통하질 않는다. 다들 수급이다. 수익률이 좀 좋다고 알려진 펀드의 매니저들은 한결같이 '요즘 돈 들어오는거 보면 무섭다'고 얘기한다. 대형 자산운용사도 아닌 한 중소형 운용사의 펀드 2개에만 하루에 30억~40억원씩 돈이 들어온다고 한다.

상위 자산운용사 한 펀드매니저에게 "25일 월급날 적립식 펀드로 자금 유입이 많아 이 자금이 집행되는 26일에는 장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고 하는데 사실이냐"고 물었더니 "사실이 아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설명인 즉슨, "대기업과 중소기업, 금융기관 등의 월급날이 다 다를 뿐만 아니라 요즘은 월급날에 관계없이 날이 갈수록 유입되는 자금이 점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제는 주식이든 주식형 펀드든 투자하지 않고 있는 사람은 '돈 벌이에 나만 소외됐다'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 시작하는 듯하다. 이 때문에 주식을 쳐다보지도 않던 사람들까지 증권사를 기웃거리기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아줌마들이 증권사 객장에 나타나면 그 때가 고점이란 얘기가 있듯 과연 지금도 '추격 매수'가 유효한지 적지 않은 투자자들은 고민이다.

이러한 수급 개선으로 인한 유동성 증가가 증시에 과거와 다른 패러다임을 가져올지, 아니면 증시 격언처럼 너나없이 주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지금이 고점인지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채원 동원증권 자산운용실 상무는 "나는 여전히 펀더멘털을 이기는 수급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급만 보고 투자해서는 실패하기 쉽다는 의견이다. "최근과 같이 연기금의 주식 투자가 확대되고 장기 관점의 투자가 늘어나는 구조적인 수급의 변화라면 펀더멘털의 변화라고도 할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해봤다.

이에대해 이 상무는 "지금 적립식 펀드가 난리라며 올 한해만 적립식 펀드에 7조~8조원의 돈이 들어온다고 하는데 1999년 주가가 고점칠 때는 투신사에 하루에 3조원의 돈이 유입됐다"며 "그래도 경기가 꺾이고 펀더멘털이 안 되니까 주가가 꺾였다"고 말했다.

또 "반대로 2003년에 SK 사태가 터지고 국내 투자자들이 주식을 다 팔아 수급이 불안하다고 하던 때는 지수가 상승했다"며 "밸류에이션이 싸고 국제 경기가 회복되면서 외국인이 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수급이 안 좋을 때 샀던 외국인이 수급이 그렇게 좋다는 지금은 왜 적극적으로 매수하지 않겠느냐"며 "싸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즉, 수급이란 결국엔 별 의미가 없으며 수급이 좋지 않아도 주가란 싸면 오른다는 지적이다. 이 상무는 "경기 회복 기대감만 있었지 아직 확인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올해 지수가 1000, 1100으로 쭉쭉 뻗어 올라가는 장세는 아닐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종목만 보고 투자한다"고 말했다.

가치 투자로 유명한 또 다른 펀드의 매니저는 이 상무보다는 수급의 중요성을 좀더 인정했지만 펀더멘털과 밸류에이션 역시 중시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했다. 이 펀드매니저는 "자산간의 자금 이동, 즉 은행에 있던 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관점에서 주식시장을 봐야하기 때문에 이제 언제 사느냐의 문제일 뿐 주식을 사긴 사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펀드매니저도 "지금 주식시장에 들어온 돈 중의 상당 부분은 경기 회복 기대감을 안고 유입됐기 때문에 이런 기대감이 어긋날 경우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종합지수의 경우 올랐다 떨어졌다를 반복하며 920까지 왔기 때문에 지수 부담이 크게 사라진 것은 사실이지만 역시 경기에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의견.

이 펀드매니저는 "기업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실망스러우면 주가가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경기 회복이 실망스러우면 증시 전체적으로 조정을 받는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때가 매수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증시가 경기 회복, IT 업황 개선, 정부의 벤처 활성화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올초부터 너무 과열됐기 때문에 지금 추격 매수하기보다는 증시가 숨고르기를 할 때까지 기다렸다 사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는 의견이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시장을 보고 투자하지 않고 종목만 보기 때문에 경기나 지수에 상관없이 싼 주식을 계속 발굴하고 있으며 싸면 시기에 관계없이 산다"고 덧붙였다.

흥미로운 점은 동원증권 이 상무나 이 펀드매니저나 과거와 다른 현재 증시의 특징을 '성장주와 가치주의 동반 상승'이라고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상무는 이런 상황에 대해 "성장이 둔화됨에 따라 새로운 성장 엔진을 모색하는 노력이 나타나면서 미래의 꿈이 있는 주식에 자금이 몰리는 한편, 저금리에 질린 투자자들은 안정적인 배당주, 자산가치가 높은 주식, 저평가주 등에 관심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상무는 이 때문에 "모호한 주식, 즉 PER이 8~10배로 그리 싸지도 않으면서 성장에 대한 꿈도 없고 경기에는 민감하며 덩치가 커서 무거운 주식은 상대적으로 별 재미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예를들면 화학이나 철강, LCD 장비업체 등과 같은 종목은 상승 탄력이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

위에 인용한 펀드매니저도 "아예 신성장주를 발굴하거나 가치주에 투자하거나 둘 중의 하나"라며 "업종별로 보자면 자신의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이 독보적인 내수 주력주가 IT 등 다른 업종보다 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펀드매니저는 특히 "주식이 아니라 회사를 산다는 생각으로 투자해야 한다"며 "나는 주식을 살 때 이 회사의 주가가 떨어진다면 의심이 들어 팔고 싶을까, 싸다는 생각이 들어 더 사고 싶을까를 생각하고 투자 결정을 내린다"고 말했다. 주가가 떨어질 때 더 사고 싶은 주식을 사야 한다는 지적이다. 직접 투자를 하려면 그 만큼 종목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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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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