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비관론자,"리레이팅 믿는다"

[오늘의포인트]비관론자,"리레이팅 믿는다"

권성희 기자
2005.03.04 12:26

[오늘의포인트]비관론자,"리레이팅 믿는다"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옛 거래소시장)에서 2일 연속 순매도를 보이고 있음에도 종합지수는 2일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종합지수는 2일 4포인트 가량 소폭 약세로 조정을 마감하고 완만한 오름세를 지속하는 흐름이다.

다만 종합지수는 1000을 넘어선 후 상승 탄력이 둔화되며 강보합을 유지하되 치고 올라가지는 못하고 있다. 횡보하는 수준. 추가 상승을 위한 다지기 작업인지 아니면 본격 조정을 대비하고 있는 것인지 지켜보는 투자자로서는 갈등이 심하다.

시장을 다소 보수적으로 봤던 사람의 의견을 듣고 싶어 지난해말 '오늘의 포인트'를 통해 "기업 이익이 떨어지고 있어 주가 상승은 펀더멘털에 근거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던 한 투신사 펀드매니저에게 시황 전망을 물어봤다. 그는 지난해말 "리레이팅(재평가) 스토리를 믿고 주식을 산다면 종합지수 950 위에서 사라"고 말했던 사람이다.

그에게 "종합지수가 950을 넘겼으니 이제 리레이팅 스토리를 믿어야 하느냐"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 펀드매니저는 "그렇다"라며 "종합지수가 950을 넘겼으니 리레이팅이 시작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지금 당장 종합지수가 1500 가고 2000 가지는 못할 것이다"라며 "그러나 꾸준하게 한국 시장이 재평가 받으며 3년내에 종합지수가 2000까지 오를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제는 리레이팅을 믿는다

이 펀드매니저는 "올해 기업 이익은 지난해보다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이고 글로벌 경제도 크게 악화되지는 않고 있지만 그렇다고 확 개선되지도 않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종합지수가 950을 넘겼다는 것은 리레이팅 외에는 설명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과거 증시는 기업 이익이 고점을 치면 증시도 고점을 치고 떨어졌다. 그러나 이번 주가 상승은 기업 이익이 이미 지난해 고점을 쳤음에도 꺾이지 않고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펀드매니저는 "올해 1~2번의 굴곡은 있을 수 있고 단기적으로는 지금 주식을 사기가 만만치 않지만 2~3년 장기를 두고 본다면 지금 사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종합지수 기준으로 PER은 8,5배, PBR은 1.2배 수준이다. 이 펀드매니저는 "올해 시장이 재평가되면서 PER은 10배, PBR은 1.5배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올해 지수는 1175~1200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떤 주식을 사야 할까. 이 펀드매니저는 "농심이 지난해말 22만원에서 올들어 32만원으로 약 10만원이 올랐는데 이런 주식을 잘 골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 농심을 사라는 얘기가 아니라 PER은 시장 평균인데 성장 잠재력이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종목이나 실적은 좋은데 PER은 5~6배로 시장 평균보다 낮은 종목을 고르라는 지적이다.

이 펀드매니저는 "기업 실적이 좋은데 PER이 경쟁업체보다 낮은 기업들의 재평가가 계속 진행될 것"이라며 "그러나 PER이 12~15배인 코스닥 기술주에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펀드매니저는 특히 "최근 시장을 변화시키고 있는 적립식 펀드나 시장의 주요 매수 주체로 부상하고 있는 펀드들은 장기 펀드들"이라며 "올해 실적 뿐만이 아니라 2~3년의 실적 전망을 고려해 시장에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PER주, 실적 증가 기대주가 유망

또 "시장이 리레이팅 된다고 해도 실적이 안 되는 종목이 리레이팅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제부터는 종합지수 수준을 보는 시황 전망은 별 의미가 없고 종목과 업종 선택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펀드매니저는 지난해말 시장을 보수적으로 봤음에도 실적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제약주와 은행주를 편입해놓아 올초 펀드 수익률이 좋았다고 밝혔다.

국내 시장 참여자들 중에 자신이 가장 낙관적일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한 투신사 주식운용본부장은 "민초가 시장을 바꾸고 있다"고 강조했다. "원래 혁명이나 개혁이라는게 위에서 강요한다고 이뤄지는게 아니다. 밑에서부터 민중이 변해야 이뤄진다. 지금 민초들이 바뀌고 있다. 매일 아침에 출근해보면 개인 투자자들이 매달 20만원, 30만원씩 적립식 펀드로 맡기는 돈이 50억원~80억원씩 쌓여 있다.

매일 내 펀드에만 수십억원 자금이 들어오고 이 규모는 점증하고 있다. 이 자금들은 과거 지수 고점 때 한꺼번에 갑자기 몰려들었던 단타성 자금이 아니다. 예금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진짜 바닥에서부터 이뤄지는 변화이므로 나는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믿는다.

과거에는 자금을 운용할 때 경기 사이클이나 외부 요소에 따라 낙관론과 신중론을 오가며 때에 따라서는 주식 비중도 줄여가며 대처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기본적으로 낙관적이다. 과거와 같이 경기 사이클이나 기업 이익 등의 펀더멘털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민초들의 자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보기 때문에 시장의 혁명을 뜻하는 리레이팅을 확신한다."

반면 CSFB증권은 "올들어 국내 투자자들이 매도 우위를 유지했고 실질적으로 증시를 끌어올린 것은 외국인의 순매수세였다"며 "그러나 외국인들이 한국의 리레이팅을 믿고 베팅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한국 증시에 '비중축소' 입장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매수세는 글로벌 경기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수준에서는 '리레이팅'에 대한 믿음 없이는 주식 매수가 쉽지 않다. 1000에 대한 저항심이 그만큼 강하기 때문이다. '싸다'는 느낌이 드는 수준으로 조정이 온다면 매수하겠다는 자금은 많은데 시장은 조정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민초들의 자금이 움직이고 있다고 강조하는 위의 투신사 본부장은 "조정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은데 별다른 조정이 없을 것"이라며 "실제로 좋은 주식을 사려고 하면 매물이 없다"고 말했다. '팔자'는 없고 기다리는 '사자'는 없어 싼 가격에 매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다. 특히 "적립식 펀드는 지수 수준을 보지 않고 뚜벅이처럼 꼬박꼬박 들어온다"며 "큰 조정 없이 계단식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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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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