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약세론자들을 위한 변명"

[내일의 전략]"약세론자들을 위한 변명"

이상배 기자
2005.03.04 18:15

[내일의 전략]"약세론자들을 위한 변명"

서기 207년 중국. 관도전투에서 중원 최대의 세력 원소를 꺾은 조조는 도망친 원소의 잔당들을 쫓아 북방 정벌에 나선다. 그때 개국 공신 가운데 한명인 조홍이 만류한다. 겨울이 다가오고 식량도 부족하니 정벌을 미루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조조는 정벌을 강행했고, 혹한과 식량 부족 속에서도 결국 이기고 돌아왔다. 그런데 조조는 개선하자마자 조홍을 불러 "싸움에서는 이겼지만, 그만큼 어려움도 컸으니 싸움을 밀린 니가 옳았다. 앞으로도 옳은 일은 서슴지 말고 말하라"며 큰 상을 내렸다. 결과와 상관없이 충고를 소중히 여길줄 아는 조조의 '통큰 리더쉽'은 훗날 위나라가 천하통일을 할 수 있게 한 기틀이 됐다.

모처럼 종합주가지수 네자리에 눈이 익숙해진 한 주였다. 증권가 한켠에서는 1000포인트 안착을 넘어 2000, 2500 포인트까지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속절없이 올라가는 주가에 여의도의 마지막 약세론자였던 교보증권마저 백기를 들었다. 약세론을 지켜왔던 삼성증권은 이미 지난달 22일 대세를 인정하고 지수예상 범위를 1100까지 열었다. 이제 외국계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크레디트스위스퍼스트보스톤(CSFB)이 약세론 진영에 남아있는 정도다.

그러나 종합주가지수가 이토록 안전하게 1000선에 올라선 것은 그동안 온갖 악재와 부정적 견해들을 이야기하며 주식시장의 '맷집'을 다져준 약세론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3년 뒤 종합주가지수는 분명 네자리수이고, 앞자리수가 2로 바뀔 수도 있다는 '대세상승론'에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는 상황에서, '대세상승에는 동의하지만, 왜 지금부터냐'를 두고 마지막까지 남아서 고민했던 이들이 약세론자들이다.

덕분에 주식시장은 △미국의 금리인상 △원/달러 환율 하락 △국제유가 급등 △북핵 문제 등의 변수를 매끄럽게 소화하며 차분하게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앞으로 종합주가지수 1100을 넘어 1200, 1300이라는 전인미답의 처녀지를 밟기 위해서도 시장은 '돌다리까지 두드려주는 자'를 필요로 한다. 주어진 결과를 놓고 '맞나 틀렸나'를 따지는 것 못지 않게, 얼마나 풍부한 논리를 제시하며 투자자들의 균형있는 판단을 도왔는지에 대한 평가도 필요한 때다.

흥분하지 않는게 호재

4일 증권선물거래소시장에서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2.04포인트(0.20%) 오른 1012.96으로 장을 마쳤다. 거래대금은 3조8204억원으로 전날보다 소폭 불어나며 올들어 3번째로 컸다.

외국인은 현물 385억원 어치를 순매도하면서 선물도 2258계약 순매도했다. 기관이 362억원 어치를 순매수했고, 개인은 296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각각 1.73%, 3.47%씩 하락했다. 메릴린치의 조 오샤 애널리스트가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올해 늦여름까지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면서 두 반도체주의 주가를 끌어내렸다. 반면 국민은행은 2.33% 상승하며 이틀째 오름세를 이어갔다. 국제유가 상승에 힘입어 S-Oil은 5.41%, SK㈜는 2.98%씩 상승했다.

이번주(2월28일~3월4일) 종합주가지수는 1003.65(시가)로 시작해 1012.96으로 마무리하며 1000선을 지키는데 성공했다. 달러화로 환산할 때 종합주가지수는 이미 오래 전에 고점을 넘어섰고, 물가상승률을 고려할 경우 고점까지 여유가 남았다는 점에서 1000포인트가 그리 의미있는 지수대는 아니지만, 1000선을 쉽게 내주지 않겠다는 시장의 의지는 확인된 셈이다. 이런 분위기에서도 쉽게 흥분하지 않는 시장의 모습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달릴 땐 달려도, 두눈 크게 뜨고

헝가리 출신의 '주식투자의 대부'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주가를 '개'에 비유했다. 주인이 개를 데리고 산책하면 개는 주인보다 앞서 달리다가, 너무 멀어지면 다시 주인에게로 돌아온다. 때론 주인의 뒤를 맴돌기도 한다. 주식의 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영원히 앞서 갈 수는 없다.

국제적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의 데이비드 위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3일 "주식의 수익률이 장기적으로 경제성장률보다 높을 수는 없다"며 "앞으로 수년간 주식시장은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수익률은 지금보다 낮아져 평균 5~10% 정도에서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엔 수급이다'는 말을 재확인하게 되는 장세지만, 랠리를 편하게 즐기려면 경기회복 속도에 대한 확인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밖에도 추가 상승 가능성을 타진하면서 몇가지 점검해봐야 할 변수들이 있다. 대우증권은 △1조원이 넘는 미수금 △수급 주도 세력의 부재 △국제 유가 급등 △미국 2월 고용지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등을 주식시장의 교란 요인으로 지목했다.

오는 5일 개막되는 중국 전인대는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지난해 4월 전세계 금융시장에 충격을 줬던 긴축정책과 위안화 절상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지 여부가 관심거리다. 전인대에서는 9일 상무위원회의 공작 보고가 있고, 14일에는 국민경제사회발전계획과 예산안 등에 대한 표결이 예정돼 있다.

코스피200 옵션시장에서 풋옵션 거래금액을 콜옵션 거래금액으로 나눈 거래금액 풋/콜 레이쇼(비율)가 0.63 수준으로 떨어진 점도 염두해둘만한 대목이다.

황재훈 LG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풋/콜 레이쇼가 0.63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것은 서서히 과매수권에 들어서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며 "추가 상승이 이뤄질 경우 풋/콜 레이쇼는 0.6을 밑돌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난해 4월 지수가 급락할 때도 풋/콜 레이쇼의 과매수권 진입이 강력한 조정 신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풋/콜 레이쇼의 역사적 최저점은 0.5 수준이다. 과매도 국면에서는 1.5 수준까지 오르기도 한다.

종합주가지수와 20일 이동평균선과의 이격도가 105%에 이른다는 점도 부담이라는 전문가들은 지적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이론상 20일 이격도가 110% 이상이면 과매수 국면으로 분류되지만, 현실에서는 105%만 넘어도 시장이 부담스러워 하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 종합주가지수가 계속 5일 이동평균선을 따라 움직이면서 20일 이동평균선과의 거리가 크게 벌어졌다는 점이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위탁자 미수금이 1조원을 웃돌고 예탁금 회전율이 50%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을 놓고도 '과열신호'라는 지적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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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장입니다.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2002년 머니투데이 입사 △청와대, 국회, 검찰 및 법원, 기재부, 산자부, 공정위, 대기업, 거래소 및 증권사, IT 업계 등 출입 △2019∼2020년 뉴욕특파원 △2021∼2022년 경제부장 △2023년∼ 정치부장 △저서: '리더의 자격'(북투데이), '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비즈니스북스·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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