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다이내믹한 반전이 두렵다
지수가 힘겹게 올라가는 것이 영 개운치 않다. 급등 후 반락을 보는 것보다는 오히려 큰 동요 없이 가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외국인이 실적발표 전까지 주식을 매집했다가 발표 직후 다시 매도, 급락 충격을 겪는 것보다는 낫다는 측면에서다. 다이내믹한 급등락 장세를 원하는 투자자들이라면 최근 지수 움직임이 찜찜하고 지루하겠지만 불안한 미 증시 등 국내외 부정적인 요인들을 감안하면 급락을 불러올 수 있는 급등보다는, 오히려 지금처럼 티 나지 않게 올라가는 게 낫다는 평가다.
외인, 사흘째 샀다유가증권 시장에서 외국인은 전기전자주를 사흘 연속 사들였다. 사흘간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시장 전체적으론 446억원 순매수했지만 전기전자주 매집 규모는 758억원이었다. 사흘간 사들이 전기전자주 주식이 전체 순매수 금액보다 많았다.
종합주가지수는 사흘간 스물스물 올라 982선을 회복했다. 4일 증시에선 프로그램 매물이 상승세를 막았다. 외국인은 105억원 순매수한 데 그친 반면 프로그램 순매도 규모는 477억원이었다.
그러나 외국인의 매수세에 힘입어삼성전자가 사흘 연속 상승함에 따라 지수는 소폭 상승세로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외국인의 매매 공방 속에 전 거래일보다 0.98%(5000원) 오른 51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LG필립스LCD는 장중 4만83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경신했으나 차익 매물로 인해 나흘 만에 약세로 마감했다.
이날까지 사흘간 지수상승이 주는 긍정적인 요인은 지수가 950선에서 하방경직성을 확보했다는 점과 전기전자주에 대한 외국인 매수와 대형기술주의 강세를 꼽을 수 있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타장은 "최근 사흘 반등으로 950선이 상당히 강한 선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외국인은 지수가 1010포인트부터 팔기 시작해 2조원 어치 팔아서 지수를 60포인트 떨어뜨렸지만 400여억원을 사서 다시 30포인트를 올려놨는데, 이는 외국인이 눌러도 눌리지 않는 힘이 상당히 강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이 다시 매도를 하더라도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효과 기대할 수 있나그러나 증시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외국인 매수의 지속 가능성은 확신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권혁준 서울증권 연구원은 "지속적인 매도로 인해 급한 매물도 정리됐다고 볼 수 있지만 아직까지 외국인이 적극적으로 산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급한 매물이 해소된 상황에서 눈치보기가 극심한 정도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달 중순 삼성전자 등 기업들의 실적발표 때까진 전기전자주에 대한 선취매는 지속될 것으로 진단했다. 삼성전자 실적에 대해 '이 정도면 괜찮다"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외국인이 기술주를 선취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에 대한 시장컨센서스는 2조5000억원 안팎으로, 삼성전자 효과(삼성전자 실적 발표를 계기로 한 IT주를 비롯한 시장 전체의 강세 현상)를 기대할 수 있다는 심리가 확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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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실적발표 내용이) 더 나빠질 건 없다고 보는데다 IT주에 대해선 비중을 줄였기 때문에 선취매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LG필립스LCD 등이 지수안정성을 높여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살아나고 있다는 것.
그러나 조익재 CJ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기전자 모멘텀이 아주 강하지만 아쉬움이 남고 강하게 끌어당기는 힘은 부족한 것 같다"며 "1/4분기 기업 실적 중에서 삼성전자 실적을 제외한 나머지 기술주들의 실적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삼성전자 실적도 놀랄 만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쨌든 삼성전자 실적에 대한 시장 평가는 엇갈리더라도 삼성전자를 비롯한 IT주에 대한 외국인 선취매는 이달 중순까진 지속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권 연구원은 "지수가 60일선에서 지지를 받고 올라와 박스권에서 등락을 보이고 있는데 오히려 이번주에 크 반등이 나오면 어닝시즌에는 오히려 반대로 갈(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즉 최근 외국인의 소폭 순매수와 지수의 조심스런 상승 등 큰 동요가 없는 게 다행스럽다는 것. 길게 보면 시장의 관심은 이달 중순 실적발표에서 월말엔 미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옮겨가게 된다. 점차 부담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시장 전체적으론 큰 부담이 될 만한 장세는 아니라는 진단이다.